"새벽 2-3시까지 게임 훈련 몰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게임은 두뇌싸움이다." 게임계의 황제로 불리는 임요환(27) 선수는 게임을 이렇게 정의했다. 임 선수는 "어른들이 고도의 수싸움으로 통하는 바둑을 즐기듯이 청소년들은 게임을 즐긴다"며 "게임은 바둑보다 훨씬 복합적인 요소들이 많아 더 많이 머리를 써야 하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임 선수는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빠져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프로게이머의 세계로 뛰어들어 현재 7년째 프로로 활약하고 있다. 팬카페 회원만 100만명에 육박하고 한 해 수입도 2억여원이 넘는다.

임 선수는 지난 29일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2006 스카이 프로리그'전기리그 결승전에서 주장으로 출전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또 다시 '황제'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임 선수는 "프로게이머로서 오전 10시부터 새벽 2 ̄3시까지 게임 연습을 한다"며 "끊임없는 연습만이 승리의 비결이며 군대를 다녀와서도 30대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광안리에서 우승이 확정된 뒤 가진 임 선수와의 일문일답.

=주장으로 첫판에 출전해 패했다. 그 때 기분이 어땠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순간 한 순간에 끝나서 확 기울었다. 그 전까지는 준비한대로 진행되다가…. 오늘은 뭐가 되나 보다 생각하다가 상대가 들어오는 패기가 무서웠다. 모든 상황을 겪어봤지만 쇼부치기라고 하는데 올인러시에 한번도 연습해 본적이 없다. 올인까지는 생각치 못했다. 그래서 졌다. 병력을 나눠서 방어하려했는데 시야확보도 못했고 뚫렸다. 많이 아쉬운 경기가.노력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팀 마인드가 한 선수가 못해도 다른선수가 보충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았고….난 졌지만 팀이 우승해서 괜찮다."

=2004년과 2005년에 이어 올해도 우승했다. 광안리에서 전승을 기록했는데 임선수에게 광안리는 이제 홈구장이 된 것 같다.

"이런데서 게임하는 것은 영광이다. 올해로 세번째인데 정말로 편안했다.고향에 와서 게임하는 느낌이다. 첫 게임은 너무 편해서 탈이었던 것 같다."

=99년 10월부터 프로선수생활 7년째에 접어드는 데 프로게이머는 어떤 직업인가?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서 같다고 보면 된다. 다만 이용하는 매체가 볼이 아닌 전자매체일뿐 똑같은 스포츠다."

=임 선수를 부러워하는 10대 들이 많다. 10대들에게 게임은 무엇인가?

"두뇌게임, 머리싸움같아요. 어른들에게 바둑이 그런식으로 다가갔듯이 청소년 바둑이예요. 어른들은 말이상으로 생각안하지만 선수들은 유닛하나하나가 능력치는 있지만 좀더 거기에 신경쓰면 극대화 될 수 있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더 많다. 바둑에 비해 더 많이 머리를 써야하는 스포츠다."

=프로게이머의 하루생활은 어떤가?

"게이머가 되면 재미가 없다. 10시쯤 일어나 11시까지 기본운동(스트레칭) 후 식사를 한다. 5시까지 게임하고 또 밥을 먹고. 6시부터 새벽 2 ̄3시까지 계속 게임만 한다. 하루종일 게임만 한다. 다른 팀 선수들과는 연습을 안한다. 전략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같은 팀 위주로….한 팀에 선수가 16명이 되고 더 많은 선수가 필요한 이유가 그거다."

=그럼 하루에 총 몇게임이나 하나.

"우리 팀은 코엑스 주변 숙소에서 합숙을 한다. 선수들끼리 게임을 하다보면 짧게는 10분에서 1시간까지 걸린다. 하루 평균 20여게임을 한다. 주말에는 가끔 외출을 한다. 하지만 대회중에는 혹은 준비를 하다보면 거의 주말이 없다고 보면 된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나보고 프로게이머 1세대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난 신주영 이기석을 바라보며 프로게이머가 됐다. 그 선수들이 하는말 그리 중요치않다. 그 선수가 어떤 행동, 어떻게 게임을 이끌어 갔는지가 중요하다. 그게 따라오는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됐다.말보다는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예전에 비해 문이 많이 열려있다. 노력을 많이 하면 누구라도 도전해서 e스포츠를 더 크게 이끌어갈 것이다."

=연봉이 많은데 누가 관리하나?

"내가 하다가 아버지가 한다. 얼마나 벌었나? 글쎄요...길을 만드는 입장이라서 그리 많이 벌지는 않았다."

=군에 입대할 적령기가 지났다는 얘기도 있다.

"공군쪽에서 (게임단 '상무' 창설)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별걱정없을 것이다. 군대를 가게 된다면 더 잘해야 정말 상무팀 다운 이미지가 생길 것이다. (프로 게이머들이) 군대때문에 발목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앞에서 잘해야 뒤에서 잘 따라올 것이다."

=군 제대 후에도 현역으로 뛸 것인가

"제대하면 30세는 될건데 ...다녀온 후에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야 모두에게 희망이 될거같다. 팬들에게 30대 프로게이머 약속도 했다. 수명이 짧다고하는데 30살에도 현역으로 뛰는 모습 보여줄 것이다."

=연자친구는 있나.

" 여자친구는 있지만 거의 못만나서 미안해 하고 있다."

=오늘 대회에 비가 오는 와중에도 4만여명의 팬들이 왔다.

"(게임대회) 세팅하기전 비가 엄청나게 와서 걱정을 많이했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 비때문에 가는건 아닌지 걱정했다. 세팅하다 관중석보니 그대로더라. 그맛에 프로게이머하는 것 같다."

=손가락 신체보험 같은 것 들은 것이 있는지.

"없다. 있으면 들고 싶다. 한번은 싸움이 났는데 참았다.이건 내 밥줄이지하는 생각이 들더라."

=경기하다 탈이 나거나 재밌는 일이 혹 없었나.

"나는 없는데 다른 선수가 경기 중 큰 것(?) 때문을 일시정지 눌러놓고 간 적이 있다. 이 사건 후 룰이 바뀌었다. 경기 중 화장실을 가면 이젠 몰수패하는 걸로 룰이 바뀌었다."

장정훈 기자..동영상=조인스닷컴 이병무 기자 luckybo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