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시험엔 합격 면접선 탈락"|서울 여대협회 공청회서 밝힌 대졸여성 취업차별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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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날로 심각해지는 대졸여성의 취업실태를 알리고 여대생들이 이의 개선방안을 모색, 제시하는 모임이 마련됐다.
서울지역여대생 대표자협의회(여대협)가 최근 마련한「대졸여성 취업차별 철폐를 위한 제1차 공청회」에서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전국 대졸자 구성비율은 여성 27·8%, 남성 72·2%인데 88년 50대기업의 취업실적은 여성 4·2%, 남성 95·8%로 극심한 불균형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는『올해 들어서는 전 업종 평균 7%정도 고용이 감소된 것으로 분석돼 특히 대졸여성인력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대졸여성의 취직난이 심각함을 강조했다.
한국여성개발원 김홍숙 연구원은 이대 여학생들의 96.9%가 취업을 원하고 그중 79·5%는 평생직장을 바라지만 갖가지 차별로 인해 그들의 강한 욕구는 산산이 부서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중 스스로 많은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힌 김보성양(연대 도서관학과4)은『여학생들이 학과에서 상위권성적에 들어가는 일이 많아 취직이 되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가 막상 4학년이 돼서는 취직원서를 넣을 곳조차 마땅하지 않다는데 심한 분노와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양은 4학년이 되면 과에서 기업의 추천의뢰에 대비, 성적순 혹은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해 놓지만▲『여학생은 채용되지 않을 확률이 1백%가깝고 남학생은 50%이상이니 차라리 남학생에게 주자』며 아예 여학생을 제쳐놓기 일쑤라고 전했다.
김양은 K그룹에서 추천의뢰가 와 성적이 좋은 한 여학생이 전화로 문의하니『원서야 받겠지만 면접에서 떨어질 것』이라며 아예 응시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친절한 조언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공개채용 시 공개모집 광고에는 차별조항이 없어도 막상 가보면 아예 지원서를 주지 않거나 최근에는 차별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필기시험에는 합격시켜놓고 면접에서 탈락시키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한편 여대협 측이 올해 여대생을 뽑지 않는 코오롱·태평양·금성·백양·벽산 등 10개 업체에 이유를 묻는 공문을 띄웠으나 태평양과 벽산만「계획이 없다」혹은「특채로 비서·홍보직에 사람을 쓸 예정」이라는 답을 해왔다.
한국여성민우회 박난숙씨는▲대기업의 52%▲공기업의 35%▲제약회사의 60%▲금융회사의 50% 정도가 공개모집에서 자격을 아예「병역 필 남」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대협 대표들은『올해 9급 행정직공무원의 남녀채용비율이 85대 15로 돼있는데 이는 곧 정부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앞서서 위반하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대졸여성 취급차별 철폐를 위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기업에 대한 처벌대책 마련과 현행 벌과금 2백50만원의 인상▲이 법을 준수하는 기업에 세제감면혜택을 줄 것▲공개시험 시 영역 필 남학생에게 주는 2∼5%가산점 제도를 시정할 것▲채용 시 남녀 직급차별 시정▲탈락응시자가 문제제기를 할 경우 기업은 시험성적을 공개할 것 등의 질의서를 김영정 정무 제2장관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이들은『이 질의서를 김 장관에게 보내면서 공청회에 참석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으나 불참했다』며『김 장관의 태도는 여성을 스스로 식민상태에 예속시키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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