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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핸 환갑잔치 못하겠다" 여유부리던 국제PJ파 부두목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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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 공개수배로 전환됐던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 오른쪽은 공범들이 양주시청 인근 공영주차장에 시신을 유기하고 달아나고 있는 모습. [사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올해 1월 1일 공개수배로 전환됐던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 오른쪽은 공범들이 양주시청 인근 공영주차장에 시신을 유기하고 달아나고 있는 모습. [사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50대 사업가 살인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폭력조직 국제PJ파의 부두목 조규석(60)씨가 범행 9개월여 만에 붙잡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요지명피의자로 종합공개수배 중이던 조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고 25일 밝혔다. 조씨는 충남 아산지역의 한 오피스텔에서 은신 중 이날 오전 9시 30분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조씨 “주가조작과 무자본 M&A의 폐해”

조씨는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이송되면서 “이번 사건은 주가조작과 무자본 M&A(기업 인수·합병)의 폐해”라고 말했다. “납치살해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수 의사를 밝혔는데 왜 자수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 경찰이 폭력조직 국제PJ파의 부두목 조규석(가운데)을 검거해 광역수사대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 경찰이 폭력조직 국제PJ파의 부두목 조규석(가운데)을 검거해 광역수사대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조씨는 회사 인수·합병 투자를 둘러싼 금전적 갈등 때문에 공범들을 동원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조규석 일당에게 “다음날 10억원을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조씨의 주요 범행 동기는 그동안 이런 금전적 갈등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범행 이유는 그동안 주범인 조씨가 검거되지 않아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머리를 기른 모습으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조씨는 양복 차림에 굳은 표정이었다.

'올해는 환갑잔치를 못 하겠다.'
조씨가 도피 중 지난해 말 지인에게 남긴 문자메시지다. 지난해 60세로 환갑이었던 조씨가 자신의 환갑잔치를 생각할 만큼 여유를 부린 내용이었다. 조씨는 범행 직후인 지난해 5월 23일 “광주 경찰에 자수하겠다”고 밝힌 뒤 잠적한 상태였다.

조씨는 지난해 5월 19일 광주에서 공범들의 도움을 받아 사업가 A씨(56)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범 홍모(61)씨와 김모(65)씨는 범행 이후 경기도 양주시의 한 공영주차장에 A씨의 시신을 유기한 뒤 인근 모텔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다가 검거됐다.

50대 부동산업자를 납치살인한 공범들이 지난해 5월 20일 사체를 유기한 뒤 달아나는 모습. [사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50대 부동산업자를 납치살인한 공범들이 지난해 5월 20일 사체를 유기한 뒤 달아나는 모습. [사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대중교통 타고, 현금만 사용 

공범들은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2일 의정부지법에서 홍씨는 징역 5년을, 김씨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강도살인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상해치사 혐의가 인정됐다. 조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조씨의 동생(58)도 지
난달 13일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조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및 경위, 그간의 행적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또 조씨 은신 생활에 도움을 준 조력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검거에는 도피에 도움을 제공한 인물들과 이용 차량에 대한 밀착추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경찰청을 중심으로 경기북부청과 광주청, 서울청 간의 공조 수사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과거에도 자가용이나 신용카드 대신 대중교통을 타고 현금만 쓰는 식으로 장기적인 도주 행각을 벌였다. 그는 이번 사건과 ‘판박이’ 사건인 ‘2006년 광주 건설사주 납치 사건’ 때도 휴대전화 수십 대를 바꿔가며 5개월간 도피행각을 벌이다가 검거된 적이 있다.

50대 부동산업자에 대한 납치살인 공범 중 1명이 지난해 5월 20일 사체 유기장소인 주차장에 가기 전 용의 차량(빨간색 원)에서 내린 모습. [뉴시스]

50대 부동산업자에 대한 납치살인 공범 중 1명이 지난해 5월 20일 사체 유기장소인 주차장에 가기 전 용의 차량(빨간색 원)에서 내린 모습. [뉴시스]

경찰, 1월 1일 공개수배로 전환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올해 1월 1일부터 조씨를 경찰청 중요지명피의자 종합 공개수배 명단에 포함했다. 공개수배 전단에는 조씨의 이름·얼굴 사진이 공개되고 ‘광주 출신의 조규석은 키 170㎝에 건장한 체격이며, 전라도 말씨를 사용한다’는 내용을 명기했다.

경찰청은 신속한 검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강력범이나 다액·다수피해 경제사범 등을 대상으로 공개수배위원회를 개최, 조규석을 포함한 수배자 20명을 선정했다. 공개수배 명단은 연 2회 선정한다. 중요지명피의자 종합 공개수배 전단은 다중의 눈에 잘 띄는 장소나 수배자의 은신·출현 예상 장소 등에 게시되며, 언론매체나 정보통신망 등에도 게시될 수 있다.

피해자, 온몸 구타당한 뒤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  

피해자 A씨는 지난해 5월 19일 “조씨를 만나러 간다”며 광주로 갔다가 사흘 뒤 경기 양주시청 인근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 시신은 온몸에 구타 흔적이 있었고, 양발과 양손이 묶인 채 담요가 씌워져 있었다.

경찰과 검찰은 “형(조규석)이 차 안에서 A씨의 소변을 받을 깡통을 미리 준비하라고 했다”는 조씨 동생의 진술에 주목해왔다. “우발적 범행”이라는 공범들의 주장과는 달리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납치·감금한 것임을 뒷받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은 조씨 등이 노래방에서 A씨와 술을 마시던 중 투자 문제로 언쟁하다 폭행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조씨의 동생은 형의 지시대로 빌린 차량에 깡통을 준비한 뒤 이들을 태우러 간 것으로 확인됐다.

양주·광주광역시=전익진·최경호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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