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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트윗 맞짱 뜨나···中외교부 새 대변인은 '독한' 트위터리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외교부 신임대변인에 24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언' 자오리젠(趙立堅)이 임명됐다.

별명은 전랑(戰狼) 외교관 #"트럼프가 화웨이를 싫어하는 이유 밝혀져" 인터넷 유머 구사 #프로필에는 '한국 KDI 공공정책과정 석사'

24일 자오리젠 대변인이 첫 브리핑을 가지면서 화춘잉(華春瑩)-겅솽(耿爽) 2인 체제였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3인 체제로 회복됐다.

그는 중국에서는 접속이 어려운 트위터를 개설해 이미 팔로워 24만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다. 그의 별명은 '전랑(戰狼)' 외교관이다. 전랑은 특수부대 '전랑'을 소재로 다룬 중국 영화다. 유엔(UN)도 포기한 인질 구출 작전을 중국 특수부대 출신이 해낸다는 내용이다. 중국인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핀 액션물로 '전랑2'는 중국 내 역대 영화 흥행 순위 1위다.

중국의 새 '입'이 된 자오리젠 신임 대변인[트위터 캡처]

중국의 새 '입'이 된 자오리젠 신임 대변인[트위터 캡처]

이번에 그가 대변인 자리를 꿰찬 것은 특수부대처럼 '전투력'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미국과 맞서 싸우고, '독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과거에 그는 서방 22개국이 연합해 중국을 비판하자 미국의 인종 차별 문제로 맞받으며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온라인상에서 설전도 벌였다.

역시나 24일 첫 브리핑에서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아시아의 진정한 병자'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보낸 WSJ 소속 베이징 주재 기자 3명의 외신기자증을 취소했다.

과거에도 그는 트위터에 여러 차례 촌철살인의 멘트를 날렸다. 자국 기업인 화웨이를 감싸거나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그는 "트럼프가 화웨이를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가 이제야 밝혀졌다"면서 "화웨이의 로고를 보라, '애플'을 조각낸 것"이라며 사진과 글을 올렸다.

"트럼프가 왜 화웨이를 싫어하는지 알았다, 화웨이의 로고를 보라 '애플'을 쪼개놓은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자오리젠 [관찰자망]

"트럼프가 왜 화웨이를 싫어하는지 알았다, 화웨이의 로고를 보라 '애플'을 쪼개놓은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자오리젠 [관찰자망]

대놓고 중국 기업인 화웨이를 지지하는 글을 리트윗하기도 한다. 지난 22일에는 "5G(5세대 통신) 계약 건에서 노키아 63건, 에릭슨 81건에 비해 화웨이는 91건이다, 중국 기술기업이 여전히 넘버원"이라는 글을 리트윗했다. 여기에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가장 능숙한 마케팅 부서였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라는 글도 리트윗했다.

팔로워 24만명을 보유한 중국의 신임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 [공식 트위터]

팔로워 24만명을 보유한 중국의 신임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 [공식 트위터]

그는 하루에 10개 가량의 트윗을 날린다. '파워 트위터리언'인 자오리젠이 가장 먼저 팔로우한 사람은 화춘잉 대변인이다.

요즘 그의 타임라인은 신종 코로나 관련 글로 거의 도배가 돼 있다. 일본이 신종 코로나 대응책으로 마스크를 보낸 것에 대해 지난 13일 트위터에 '아리가토 니혼!' 이라고 감사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일본이 보낸 마스크 상자에 붙여진 한시 구절을 소개했다. 그는 "1000년 전 쓰인 중국 시"라면서 "靑山一道同雲雨, 明月何曾是兩鄕(청산으로 가로막혀 있어도 우리는 같은 구름과 같은 비를 공유한다, 밝은 달은 하나의 마을에만 속한 것은 아니다)"라고 영어 해석과 함께 올렸다. 2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전화통화 사실을 올린 한국 청와대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그는 일본이 마스크를 보내왔을 때 한시를 인용한 것을 보고는 한시 원문과 함께 한시에 대한 해석을 영어로 게재했다. [공식트위터]

그는 일본이 마스크를 보내왔을 때 한시를 인용한 것을 보고는 한시 원문과 함께 한시에 대한 해석을 영어로 게재했다. [공식트위터]

자오리젠은 1972년생으로 후베이 출신이다. 1996년~1999년 중국 외교부 아주사(司·국에 해당)에서 일했고 1999~2003년에는 파키스탄에서 3등서기관으로 근무했다. 2003년~2009년에는 아주사 3등서기관, 2등서기관을 지냈다. 2005년 2월~12월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공공정책 연구원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9년~2013년 중국 주미국 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다. 2013년~2015년 아주사로 다시 복귀한 뒤 2015년~2019년 파키스탄 대사관 공사참사관을 지냈다.

파키스탄에 다년간 근무했는데 중국 외교관에게 파키스탄은 중요 지역 중 하나다. 파키스탄은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는 우방으로 생각하고 중국도 서남아시아에서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을 주요 우방국으로 여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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