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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보다 무서운 바이러스…반도체 반등론 꺾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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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반도체 시장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연초부터 오름세를 타던 반도체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기대를 모았던 ‘반도체 반등론’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국인 중국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반도체 수출 전망도 어두워졌다.

D램값·DXI지수 다시 하락 반전 #최대 수요처 중국, 코로나 직격탄 #스마트폰시장 1분기 20% 줄어들 듯 #반도체 수출 중국 비중이 67.3% #“메모리 출하량 다시 감소할 수도”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기준 현물 가격은 24일 11시 기준 3.31 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2.8% 하락한 수치다. 올 초부터 오름세를 보인 D램 가격은 이달 초 3.5달러까지 육박했지만,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다 17일부터 다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DXI지수 역시 하락 추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현물 시장에서의 거래 부진도 계속됐다”고 밝혔다.

한국 반도체 수출 추이

한국 반도체 수출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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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2월 1~20일 국내 반도체 수출 잠정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했다. 2018년 12월 역성장(-8.4%)을 기록한 이후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에 가깝다. 지난해 2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중 최저치인 68억 달러였다. 반면, 지난해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중 최고치인 90억 달러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수요 부진이 이어진다면 다음 달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방산업 수요가 현재 수준 대비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 이상 역기저효과 영향이 예상된다”며 “3월 반도체 수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중국이다. 현재 중국 내 삼성전자의 쑤저우·시안, SK하이닉스의 우시·충칭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현지에서 조달하던 부품·소재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중국에서 일부 불화수소를 수입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공장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DXI 지수

DXI 지수

생산 차질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의 반도체 수요 감소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중국 주요 산업 중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큰 분야는 스마트폰·PC·태블릿·서버 등으로 나타났다. 모두 반도체가 많이 쓰이는 품목이다. 또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불황이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이 겹쳐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탓이었다면, 올해 역시 중국발 수요 감소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2%였다. 또한 반도체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7.3%였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혹은 국내의 반도체 생산 차질은 재고를 낮추고 가격을 강세로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경우 오히려 기업 실적은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1분기 발생한 코로나19가 스마트폰을 비롯한 소비자 가전의 공급망에 영향을 줘 메모리 출하량은 평탄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수요 위축 영향으로 1분기 메모리 출하는 예상치에 미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가 단기적 악재로 마무리되면 올 하반기 이후에는 반도체 수요가 집중되면서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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