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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사이클’ 노리던 자동차업계, 코로나에 신차 출시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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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 자동차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휘청대고 있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산 완성차와 수입차 업계는 올해 신차 라인업 확대와 10년 이상 노후차교체 시 개소세 인하 조치 등으로 ‘골든 사이클’을 기대했다. 골든 사이클이란 핵심 차종 신차가 연달아 출시되면서 판매가 늘어나는 시기를 의미한다.

현대차 G80 출시 3월 뒤로 연기 #르노삼성 4년 만의 신차 홍보 차질 #에어부산, 모든 임원 일괄 사표 #이스타 “4개월간 임금 25% 삭감”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 확대로 신차 출시를 연기하거나 출시 행사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당초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주력모델인 G80을 이달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3월 이후로 연기했다. 1월 선보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과 출시 간격을 두려는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다른 신차 출시가 줄줄이 밀리면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또 3월에는 현대차가 준중형 세단 아반떼를, 기아차가 중형 SUV 쏘렌토를 각각 출시할 예정이지만 대규모 출시·시승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 단계 격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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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국산 신차 출시를 앞둔 르노삼성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다음 달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종료되는 르노삼성차는 수출·내수 판매의 동반부진으로 신차 XM3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회사의 명운이 달린 신차라는 점에서 공을 들여왔지만 마케팅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어 고민이 크다.

지난해 3년 만의 판매 감소를 겪은 수입차 역시 올해 대대적인 신차 출시로 반등을 노려 왔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차 투입으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내부 계획을 잡고 있는데 차질을 빚게 될까 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산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인기 차종의 생산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모터쇼 일정이 불투명해진 것도 악재다. 4월 열릴 예정이던 중국 베이징 모터쇼가 전격 취소됐다. 다음 달 5일 개막을 앞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도 인근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대거 나오고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유럽 전략형 해치백 i20, 신형 쏘렌토 등을 전시할 예정이던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마케팅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5월 열리는 부산모터쇼 역시 메르세데스-벤츠 등 대형 수입차 업체들의 불참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항공업계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일본 무역 분쟁을 시작으로 올 초 코로나19 사태 확산까지 악재가 이어지면서다. 에어부산은 24일 어려운 경영 환경 극복을 위해 한태근 대표이사 사장 이하 모든 임원이 이날 일괄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부서장도 임금 10%를 반납하기로 했으며, 에어부산 전 직원은 3월부터 무급 희망 휴직에 나선다. 노선도 구조조정을 한다. 코로나19로 탑승객이 급감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노선 25개를 3월 한 달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에어부산의 전체 국제선 노선 32개 중 78%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스타항공은 조종사 노조와 사측이 임금협상 특별교섭을 시행해 4개월(3~6월)간 임금 25%를 삭감하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번 특별교섭은 사측으로부터 무급휴직 협조 요청을 받은 조종사 노조가 무급휴직보다 효과가 더 큰 임금 삭감안을 먼저 사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운항·객실 승무원을 제외한 모든 임직원을 상대로 임원의 경우 임금 30% 반납, 본부장 직책자수당 반납, 전 직원 대상으로 근무일 및 근무시간 단축 신청을 받았다.

한편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한중 노선 운항 횟수는 약 77% 감소했다. 여행업계도 이달 들어 신규예약이 80∼90% 줄었다.

이동현·곽재민 기자 offramp@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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