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총재 미 의회 편지」에 여권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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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김퇴진 당위성발표"
○…민정당은 23일 「과거청산」(5공 청산) 을 연내에 당이 주도해 종결한다는 방침을 재확인, 막후대화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최근 일련의 야당 태도에 대해선 명확히 짚고 나가겠다는 태도.
박준규대표는 확대당직자회의에 앞서 『대화 전망은 어둡지 않다』 며 『여야 양측의 비난을 에스컬레이트시키지 말라』 고 주문.
그러나 회의가 끝난 뒤 박희태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선 5공과 3김의 동시청산 얘기가 나왔다』며 『내일 (24일) 중집위에선 3김퇴진의 당위성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
박대변인은 또 『평민당이 노태우대통령의 방미기간중 미국의회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의회연설에 불참토록 요구한 것은 등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로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비난.

<"입장정리 기다리겠다">
○…민주당 김영삼총재는 23일 5공 청산문제와 관련, 여권이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있는 것에 대해 『5공 청산이 없는 정국안정은 절대불가』라고 거듭 강조.
김총재는 『지금 민정당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역사의 흐름을 거슬렀던 전두환시대를 방불케하는것』 이라며 『본질문제를 흐리게 하는 이같은 행동을 민정당은 즉각 중단하고 빠른 시일 내에 5공 청산을 매듭짓도록 해야할것』 이라 경고.
이기택총무도 『저쪽(민정)이 정의원문제등에 관한 입장을 정리할 때까지 잠시 기다려줄수는 있다』고 했으나 『3야총재의 합의사항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요구』 라고 설명.

<"벼랑까지 가서야 타결">
○…공화당의 김용채총무는 23일 야권의 「조건부 퇴진론」에 여당이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대해 『그쪽이 심술을 부린다고 야권이 똑같이 맞장구를 치면 소리만 커질 것이니 야당도 좀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면서 『야당을 따돌려놓고 여당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만큼 곧 대화가 재개될 것』 이라고 전망.
최옥규 사무총장도 『지금까지 여 야간의 대화행태를 보면 모두 벼랑까지 갔다가는 결국 타결되곤 했다』 면서 『여당이 대화를 않겠다고 밀어붙이면 6공의 존재가치 자체가 의심 받을 것』 이라고 주장.
김총무는 이날 민주당 측이 예결위원장을 야당이 차지하자고 주장한데 대해 『야박하게 한치의 여유도 없이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여당의 숨통도 열어주어야 한다』며 반대.

<총리·당5역 등과 골프>
○…노태우대통령은 22일 남성대골프장에서 민정당 5역과 총리·감사원장·안기부장및 청와대수석비서관들과 골프를 하며 자신의 방미중 노고를 치하.
노대통령은 바로 전날 점심도 거른 채 당정관계자들을 청와대에 불러 방미중 국내상황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 마음에 걸렸든지 이날 골프장에서는 비교적 부드러운 모습으로 관계자들을 대했다는 후문.
한 관계자는 노대통령의 언짢음이 여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야당, 특히 미 행정부및 의회에 서한을 보내 정상외교를 방해하려 했던 모 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따라서 여야대화는 이번주 냉각기를 가진 다음 내주부터나 다시 가동되지 않겠느냐고 전망.

<"수면 하에서 접촉 추진">
○…김대중평민당총재는 22일 여권이 노태우대통령 방미중 3김총재의 「퇴진투쟁」 합의에 불쾌해 하자 『대통령방미중엔 정치는 쉬느냐』며 『떳떳하지 못하게 말꼬리를 잡고있다』 고 반격.
도지부결성차 제주에 내려온 김총재는 그러면서도『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어서 곧 수면 하에서 중진급의 접촉이 진행될 것』 이라고 했는데 『연말까지 남은 2개월은 정치에 있어 매우 긴 기간』이라고 유연자세.
김총재는 그러나 한라체육관에서의 도지부결성대회등 대중집회에서는 『노태우씨가 12·12사태를 저지른 것을 알고 있고, 전두환정권때 제2인자라는 것을 알고있지만 6·29때 국민에게 항복하고 성역 없이 5공 청산을 하겠다고 해 용서하고 도와준 것』이라고 하는 등 계속 강공.<제주=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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