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2조원 신세계 강남점도 휴점”…코로나에 숨막힌 유통업계

중앙일보

입력 2020.02.23 15:58

업데이트 2020.02.23 17:04

# 22일 오후 경기도 하남의 스타필드 주차장. 평소 주말 오후 시간에 차량이 몰려 주차장에 들어서는 데만 20여분이 넘게 걸렸지만, 이날은 주차장 곳곳이 비어 있었다. 지하 1층 신세계백화점 식당가도 평소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지만 이날은 테이블 70%가 빌 정도로 한산했다.

# 21일 경기 파주시 대형 아웃렛 주차장도 텅 비어 휴점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한 매장 점원은 “단체 관광객이 끊긴 지는 한 달이 넘었고 지난주 신종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내점 고객이 사라지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다른 매장 점원도 “평일의 경우 아예 매출이 없는 매장도 적지 않다”며 “주말에도 내방 고객과 매출은 평소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고 했다.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방문이 확인된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방문이 확인된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19 확산에 유통업계 비명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던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이 전국 단위로 확산하면서 유통 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확진자가 다녀간 오프라인 유통 업체가 전방위적 휴점에 나서면서 정상 운영이 어려운 데다, 약간 살아난 듯 하던 소비 심리까지 다시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단일 매장으론 사상 첫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코로나 19를 피해 가지 못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3일 지하 1층 식품관의 문을 닫았다. 지난 19일 오후 2시쯤 확진자 방문 사실을 통보받으면서다. 다만 확진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식품관 외 다른 곳은 방문하지 않아 방문 구역만 휴점하기로 했다.

하지만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게 확인되면서 하루 매출 57억원이 넘는 강남점 매출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식품관이 강남점 전체 매출의 15~20%가량을 차지한다”면서 “당장 매출 타격보다도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고객 발길이 끊어질까 봐 더 걱정”이라고 했다.

23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이 임시 휴점을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19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식품관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이날 지하 1층 식품관을 임시 휴점한다고 밝혔다. [뉴스1]

23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이 임시 휴점을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19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식품관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이날 지하 1층 식품관을 임시 휴점한다고 밝혔다. [뉴스1]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휴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도 23일 오전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지난 19일 확진자 방문이 있었다는 통보를 받아 23일 하루 휴점에 들어갔다. 영등포점은 당초 이날 하루 방역작업을 실시한 후 24일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상황을 지켜본 뒤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과천점도 이날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신천지 교회와 같은 건물에 있는 것을 고려해 과천시가 임시 휴점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코로나 19사태로 문을 닫은 건 성수점ㆍ부천점ㆍ군산점ㆍ공덕점에 이어 5번째다.

롯데마트 청주 상당점과 대전 노은점은 지난 22일부터 휴점 중이다. 롯데마트 전주송천점과 롯데백화점 전주점은 지난 21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모두 오는 24일 재오픈 할 방침이다.

이랜드리테일도 선제 조치 차원에서 대구ㆍ경북권에서 운영 중인 동아백화점과 NC아울렛 일부 지점의 휴점을 결정했다. 동아백화점 구미ㆍ수성ㆍ본ㆍ강북점과 NC아울렛 엑스코ㆍ경산점은 24일 하루 문을 닫고 방역을 한 뒤 25일부터 영업에 나선다. 청정지역이었던 강원도마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강원랜드 카지노도 23일 하루 문을 닫았다.

이밖에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대구점, 홈플러스 전주 효자점과 광고계림점 등도 한때 임시 휴점 후 영업에 나섰다.

20일 오후 국내 40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된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성동구 특별자유방역봉사단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날 오후 2시 10분부터 매뉴얼에 따라 성수점에서 고객 안내방송을 시작했고 휴점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국내 40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된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성동구 특별자유방역봉사단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날 오후 2시 10분부터 매뉴얼에 따라 성수점에서 고객 안내방송을 시작했고 휴점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유통업계는 한번 휴점한 매장이 또다시 휴점해야 하는 상황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언제, 어느 지점에 확진자가 방문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매출 피해도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 7~9일 롯데백화점 본점과 명동 롯데면세점은 확진 환자 방문으로 문을 닫으면서 3일간 8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구ㆍ경북 지역은 사재기 현상도 일부 벌어지면서 생필품을 공급받지 못한 소비자 민원이 늘고 있는데 하필 23일이 의무휴업일”이라며 “지금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까지 챙기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21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1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롯데백화점 전주점이 임시 휴업해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1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롯데백화점 전주점이 임시 휴업해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휴점 직접 피해액만 최소 2600억원

이마트(40억원)ㆍ롯데백화점(300억원)ㆍ신세계백화점(10억원ㆍ식품관 매출 기준)ㆍAK백화점(10억원) 등 휴업으로 인한 직접적 매출액 감소만 최소한으로 잡아도 600억원이 넘는다.

확진자가 다녀가 신라면세점ㆍ롯데면세점 본점ㆍ제주점 등 일부 점포는 수일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면세업계는 코로나가 유발한 임시 휴업이 국내 면세점 3사에 2000억원가량의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한다. 백화점·마트·면세점의 휴업으로 인한 직접 피해액만 최소 26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 밖에 GS홈쇼핑, 프레지던트호텔, CJ CGV 등이 코로나 19 때문에 영업을 중단했거나 중단 후 재개했다.

휴점으로 인한 피해도 문제지만 소비 심리 위축은 더 심각하다. 이달 초 코로나 19 공포가 절정일 때 백화점이나 마트에 고객이 줄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10%~절반가량 하락했다. 현재 상황이 더 심각하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휴업했던 제주시 연동 롯데면세점 제주점이 영업을 재개한 지난 7일 오전 면세점 입구에서 열감지 카메라가 운영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휴업했던 제주시 연동 롯데면세점 제주점이 영업을 재개한 지난 7일 오전 면세점 입구에서 열감지 카메라가 운영되고 있다. [뉴스1]

"코로나 19 여진 지속할 것"…소상공인도 직격탄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역대 최악의 1분기로 기록될 것인데 더 큰 문제는 올해 내내 코로나 19의 여파가 이어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라며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를 더 힘들게 한다”고 하소연했다.

영세업자는 타격이 더 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3~19일 1079명의 소상공인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77.3%(829명)의 소상공인이 코로나 19로 사업장 매출액이 ‘매우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감소했다(20.3%)’는 응답까지 합치면 거의 100%가 코로나 19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객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하다. [뉴스1]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객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하다. [뉴스1]

국내 항공사 환불 금액만 3000억원

여행객이 사실상 없어진 여행업계에선 줄도산 얘기까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하나투어는 다음 달부터 2개월간 단축 근무인 주3일 근무제로 인건비를 절감한다. 모두투어는 70% 유급휴직을 시행한다. 자유투어는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한ㆍ중 노선 약 77%가 감소한 항공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코로나 19로 항공권 예약 취소ㆍ환불이 급증하면서 최근 3주간 항공사 환불 금액이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단거리 노선 위주로 노선을 운항하는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버티지 못하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외국 항공사, 한국행 항공편 속속 운휴  

한편 국내 확진자가 늘자 국내에 취항한 외국 항공사의 한국행 항공편이 속속 취소되고 있다. 필리핀항공은 지난 21일 인천~마닐라, 부산~마닐라 노선 감편 및 운휴를 공지했으며 싱가포르항공도 싱가포르~부산 노선 일부와 싱가포르~인천 노선을 대부분 운휴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이에 앞서 일본항공, 타이항공, 베트남항공 등은 다음 달까지 한국 행 노선을 감편하거나 운휴한다고 밝혔다.

곽재민ㆍ문희철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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