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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 2’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 새 모델 될까

중앙일보

입력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김사부로 활약하고 있는 한석규. [사진 SBS]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김사부로 활약하고 있는 한석규. [사진 SBS]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는 정착할 수 있을까.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가 시청률 23.4%(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16년 방영된 시즌 1 최고 시청률(27.6%)에 근접한 성과를 올리면서 시즌 2도 이전 시즌 못지않은 화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2007년 시작해 올해 18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tvN 시트콤 ‘막돼먹은 영애씨’나 장르물에 주력해온 OCN의 ‘보이스’ 시즌 1~3(2017~2019) 등 케이블 채널에서는 간혹 성공 사례가 있었지만, 지상파에서 새로운 성공 사례가 나온 것은 고무적이다.

시청률 23.4%로 시즌1 못지 않은 인기 #한석규 돌담병원 지키며 빠르게 안착 #이국종-아주대 갈등에 관심 더 높아져 #인물만 바뀐 자기복제, 발전 없다 비판도

‘낭만닥터 김사부’의 경우 앞서 시즌 1에서 김사부로 활약한 한석규가 자리를 지키면서 빠르게 안착했다. 앞서 시즌제에 도전한 SBS ‘미세스 캅’이 시즌 1(2015) 김희애에서 시즌 2(2016) 김성령으로 주인공이 바뀌거나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주연 박신양은 남았지만 시즌 1(2016)과 2(2019)의 제작진이 교체된 것과 달리 별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덕이다. 유인식 PD는 앞서 ‘미세스 캅’을 연출한 경험을 살려 ‘낭만닥터 김사부’의 연속성을 살리기 위해 돌담병원 세트에 있던 모든 소품을 찾거나 제작해 그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낭만닥터 김사부 2’ 서우진(안효섭). 잿빛 인생이었지만 김사부를 만나 낭만을 배운다. [사진 SBS]

‘낭만닥터 김사부 2’ 서우진(안효섭). 잿빛 인생이었지만 김사부를 만나 낭만을 배운다. [사진 SBS]

‘낭만닥터 김사부 2’에 합류한 차은재(이성경). 김사부 도움으로 수술공포증을 이겨낸다. [사진 SBS]

‘낭만닥터 김사부 2’에 합류한 차은재(이성경). 김사부 도움으로 수술공포증을 이겨낸다. [사진 SBS]

김사부가 돌담병원으로 밀려드는 외상 환자들을 상대하며 각각의 트라우마를 가진 신참 의사들을 키워내는 이야기의 큰 틀은 유지하되 그 대상만 바뀐 것도 연착륙을 도왔다. 방송 시작 전까지만 해도 시즌 1에서 큰 사랑을 받은 유연석ㆍ서현진의 부재를 걱정하는 시선이 컸지만, 안효섭ㆍ이성경이 그 자리를 잘 채워나가면서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그려갈 수 있었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같지만 진입 장벽이 높아지거나 이야기의 활력을 찾지 못한 MBC ‘검법남녀’(2018, 2019)나 KBS2 ‘추리의 여왕’(2017, 2018)과는 또 다른 선택을 한 것이 주효한 셈이다.

시의성도 맞아 떨어졌다. 두 시즌 사이에 5년간의 시차가 있지만 올 초 경기 남부 권역외상센터를 둘러싼 아주대 병원 측과 이국종 전 센터장 사이의 갈등이 드러나면서 극에 몰입감을 높였다. 김사부 캐릭터가 이국종 교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캐릭터여서 파급력이 더 컸던 것이다. 박민국(김주헌) 교수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해 본원과 분원 간의 경쟁 구도를 강화하고, 가짜뉴스ㆍ내부고발 등 사회 이슈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낭만닥터 김사부 2’의 박민국(김주헌). 돌담병원 새 원장이 되어 김사부와 대립한다. [사진 SBS]

‘낭만닥터 김사부 2’의 박민국(김주헌). 돌담병원 새 원장이 되어 김사부와 대립한다. [사진 SBS]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겉보기엔 의학드라마 같지만 그 형식을 차용한 사회극에 가깝다”며 “사람 목숨 앞에서도 돈과 자본으로 굴러가는 상황이 바뀌었다면 큰 울림이 없었겠지만, 오히려 악화된 현실이 더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존경할 만한 어른이 사라진 시대에서 다소 괴팍하지만 믿고 의지할 만한 리더가 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의 그리움을 자극하는 동시에 그 향수를 채워줬다”고 짚었다.

시기적으로 경쟁작이 없는 것도 유리하게 적용했다. MBC와 KBS가 월화드라마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예능을 대체 편성한 틈을 타 시청률 상승효과를 꾀할 수 있었단 얘기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제작비 상승 등으로 인해 드라마 제작 환경이 위축된 상황에서 보다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시즌제를 검토하게 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즌제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인물만 바뀌었을 뿐 문제를 패턴화해 똑같은 갈등을 반복하는 자기복제 방식으로는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13일 공개를 앞둔 ‘킹덤 2’. [사진 넷플릭스]

다음 달 13일 공개를 앞둔 ‘킹덤 2’. [사진 넷플릭스]

다채널 시대를 맞아 유연화된 편성 정책도 다양한 사례를 낳고 있다. 당초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tvN ‘아스달 연대기’(2019)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파트 1ㆍ2와 3 사이에 ‘호텔 델루나’를 편성하기도 했고, JTBC ‘보좌관’(2019)은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시즌씩 나눠서 방영하기도 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진정한 의미의 시즌제 드라마는 한 시즌에서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고 다음 시즌까지 기다릴 수 있을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스달 연대기’나 ‘보좌관’은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발 더 나아간 사례”라고 밝혔다.

다음 달 공개되는 넷플릭스 ‘킹덤 2’나 첫 방송을 앞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조선시대와 좀비라는 색다른 조합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킹덤’(2019)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하는 궁금해하는 것.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2012~2016)와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을 성공적으로 이끈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신작으로 목요스페셜로 편성된다.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빚어온 이들이 이번에는 어떤 신선함을 선보일지 관심을 끈다.

다음 달 12일 첫 방송을 앞둔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진 tvN]

다음 달 12일 첫 방송을 앞둔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진 tvN]

방송사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BS 한정환 드라마본부장은 “드라마가 구축한 세계관에 몰입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면서 시즌제 제작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한 시즌으로 끝내기는 아깝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김사부뿐만 아니라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남궁민), ‘배가본드’의 스턴트맨 차달건(이승기), ‘열혈사제’의 김해일 신부(김남길) 등을 예로 들며 “단순히 시청률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다시 보고 싶어하는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며 “연출ㆍ작가ㆍ연기자 등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시즌 2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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