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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뚜기'의 마법 50년···인도 요리를 한식으로 둔갑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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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969년 출시당시 오뚜기 카레 포장. 당시 평균 가족 수(약 5명)에 맞춰 용량도 5인분으로 정했다. [사진 오뚜기]

1969년 출시당시 오뚜기 카레 포장. 당시 평균 가족 수(약 5명)에 맞춰 용량도 5인분으로 정했다. [사진 오뚜기]

“주말의 별미, 만만하지만 늘 먹고 싶은 메뉴”
 밥 위에 얹고 김치만 곁들이면, 인도가 고향인 이 음식은 한식이 된다. 마치 원래 우리 것인 양, 위화감이 없다. 이런 친근함의 가장 큰 이유는 워낙 만들기 쉽고, 많이 먹어 익숙하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형편껏 넣고 끓이면 마법의 음식이 된다. 자라면서 토스트, 라면 다음에 도전하는 요리는 카레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27. 오뚜기 카레

카레에 이런 대중성을 부여한 것은 오뚜기다. 1969년 탄생한 ‘오뚜기 카레’는 이 기업의 첫 제품이기도 하다. 출시 이후 반 백 년 간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는 최장수 스테디셀러다. 흔히 그냥 ‘카레’라고 해도 오뚜기 카레를 지칭할 때가 많다.

카레 탄생일이 창립기념일  

오뚜기의 창립 기념일은 5월 5일이다. 오뚜기의 전신인 풍림상사가 만들기 시작한 카레의 실제 생산은 이보다 훨씬 앞섰지만,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1930~2016)은 69년 5월 5일을 회사를 세운 날로 정했다. 예상과는 달리 ‘어린이날’이라서가 아니다. 첫 제품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창업주는 오뚜기 카레를 처음 시장에 낸 날을 아예 창립기념일로 삼았다. 당시는 어린이날이 공휴일이 아닌 일반 기념일이라 회사의 창립기념일로 삼는 데 문제가 없었다.

다양한 오뚜기 카레 제품군. 1969년 출시 이후 꾸준한 변신을 시도해왔다. [사진 오뚜기]

다양한 오뚜기 카레 제품군. 1969년 출시 이후 꾸준한 변신을 시도해왔다. [사진 오뚜기]

왜 카레가 창립 제품이었는지 이에 얽힌 사연은 제대로 전해지진 않는다. 60년대 카레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 대중적인 음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본을 통해 들어와 고급 식당에서 팔던 카레라이스를 맛본 사람이 있었지만, 극히 일부였다. 오뚜기 관계자는 “함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카레라이스가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가능성이 많다고 봤다” 말했다.

오뚜기 카레가 나오기 전에도 국내엔 다양한 형태의 카레가 판매되고 있었다. ‘스타 순카레(제일식품)’, ‘S&B순카레’(한국S&B), ‘뽀빠이 카레’(아이스맨화학)과 같은 제품이 대표적이었다. 이 틈에서 오뚜기 카레는 제품을 보관하기 좋은 분말 형태로 제작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렇게 해 유통 기간을 훨씬 늘릴 수 있었다. 또 맛도 한국적으로 변형했다. 매콤함을 좋아하는 우리 식성에 맞게 기존 카레보다 맵게 만들어 대중적인 지지를 얻었다.

특히 출시 이후 적극적인 시식회로 인지도를 높였다. 영업조직을 가두판매 형태로 만들고 시식 세일을 수시로 하면서 카레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독보적인 1위 카레로 자리매김했다. 몇 년 전 인도 카레가 크게 유행하고 마트 매대엔 다양한 해외 카레 제품이 즐비하지만, 여전히 위치는 확고하다. 지난해 기준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카레시장(분말·레토르트 카레)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반 백 년 간 100g 제품 기준 25억개가 팔렸다.

오뚜기는 카레 종가답게 격년으로 '카레 및 향신료 국제 심포지엄' 을 열기도 한다. 사진은 2018년 행사 모습.[사진 오뚜기]

오뚜기는 카레 종가답게 격년으로 '카레 및 향신료 국제 심포지엄' 을 열기도 한다. 사진은 2018년 행사 모습.[사진 오뚜기]

분말-레토르트-과립형, 계속되는 변신

1981년 등장한 3분 시리즈. [사진 오뚜기]

1981년 등장한 3분 시리즈. [사진 오뚜기]

오뚜기 카레는 50년 넘게 브랜드를 이어가면서 변신을 거듭했다. 81년 끓는 물에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3분 카레’를 내놓으면서 즉석요리 시장을 선도했다. 2004년 강황의 함량을 50% 이상 늘리거나(오뚜기 바몬드카레 약간 매운맛 대비) 식이섬유, 귀리, 렌틸콩 등을 추가한 제품이 그중 일부다.

올해 오뚜기 카레 51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어린이 카레. [사진 오뚜기]

올해 오뚜기 카레 51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어린이 카레. [사진 오뚜기]

여러 변화 중 가장 획기적이었던 사건은 2009년 ‘과립형 카레’의 등장이었다. 과거 카레를 만들 때 가장 귀찮은 과정은 덩어리가 지지 않도록 물에 개어 나머지 재료와 섞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떡처럼 뭉친 카레 덩어리가 생기고, 이를 고기인 줄 알고 씹었다가 실망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일쑤였다. 재료가 끓고 있는 냄비에 바로 넣어도 잘 풀어지는 과립형 카레가 나오면서 이런 고민은 흘러간 옛날얘기가 됐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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