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아기 똥 뒤져봤다…베트남서 "명품" 각광받는 남양분유

중앙일보

입력 2020.02.08 10:00

업데이트 2020.02.08 19:11

1967년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남양분유. [사진 남양유업]

1967년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남양분유. [사진 남양유업]

1960년대 비료사업을 하던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명예회장은 사업차 해외를 방문했다가 분유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분유를 마음껏 먹는 외국 아기들을 보면서 한국의 아기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

당시 한국에서 분유라곤 일본산 탈지분유와 미 군부대에서 나온 미국산 조제분유가 전부였다. 비싼 탓에 어지간한 형편에 분유를 사 먹인다는 건 그림의 떡이었다. 먹인다고 해도 한국 아이들 체질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홍 명예회장은 국내 아기들에게 체질에 맞는 국내 분유를 먹이겠다는 생각에 1964년 ‘남양유업’을 창업했다. 남양 홍씨의 본관을 따 회사와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 당시 한국은 낙농업 불모지여서 덴마크 등 해외에서 기술을 들여와 천안에 제1공장을 지었다. 국내 조제분유 업계 최초로 국내에서 만든 ‘남양분유’는 1967년 1월 그렇게 탄생했다.

전국 생중계 ‘우량아 선발대회’ 인기   

남양유업이 1971년~83년 진행한 우량아 선발대회는 전국에 생중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건강한 2세’라는 취지에서 꾸린 행사였다. 바둑기사 이창호, 작곡가 주영훈 등이 우량아 선발대회 출신으로 유명하다.

1971년 제1회 우량아 선발대회. [사진 남양유업]

1971년 제1회 우량아 선발대회. [사진 남양유업]

10년간 아기 똥 관찰 끝 ‘락토페린’ 배합 성공  

남양유업은 엄마의 모유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걸 목표로 했다.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의 ‘더 퍼스트 모유연구센터’ 연구원들은 병원과 산후조리원, 일반 가정집까지 방문해 아기들의 기저귀를 모았다. 10여년간 아기 똥을 관찰한 끝에 모유 자기방어 성분인 ‘락토페린’ 배합에 성공했다. 두뇌 구성성분 ‘아라키돈산’, DHA나 모유 성장성분인 ‘뉴클레오타이드’, ‘타우린’ 등도 외국 유명 분유 업체보다 일찍 배합해냈다.

남양유업은 2018년 세계 3대 인증기관 DNV사에서 국제식품안전규격인 FSSC 22000 인증을 받았다. 임페리얼XO와 아이엠마더 등 합산 시장점유율 33%(2018년 유로모니터)로 분유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베트남선 남양분유가 최고 인기 

투명 안전캡이 적용된 아이엠마더. 남양유업은 분유의 안전캡이 불투명해 외부에서 들어간 이물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의견에 따라 업계 최초로 투명 안전캡을 개발해 적용했다. [사진 남양유업]

투명 안전캡이 적용된 아이엠마더. 남양유업은 분유의 안전캡이 불투명해 외부에서 들어간 이물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의견에 따라 업계 최초로 투명 안전캡을 개발해 적용했다. [사진 남양유업]

2018년 남양유업 분유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주장이 나오자 분유 제조공정과 설비를 전면 공개해 논란을 잠재웠다. 지난해 5월엔 0.044㎜ 초미세 필터로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미세 이물질까지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완비했다.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지금까지 총 3만t, 4000억원 어치를 수출했다. 베트남에선 남앙유업 분유가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 1위다. 캄보디아에선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시장이 큰 인도네시아와 인도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남양유업 중앙연구소가 있는 세종공장은 분유 수입 중간상인과 각국 외빈이 연간 600여명 찾는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아기사랑 수 3단계. [사진 남양유업]

중국으로 수출되는 아기사랑 수 3단계. [사진 남양유업]

위기도 있었다. 2013년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강제로 할당해 판매하는 ‘밀어내기’ 논란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벌였고 남양유업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후 전국 대리점주와 상생회의, 클린센터 운영 등 자구 노력 끝에 지난해 공정거래협약 최우수 등급 공정거래위원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남양유업의 '업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은 특수분유를 만드는 것이다. 이른둥이 특수조제식 ‘임페리얼드림XO 이른둥이’ 분유는 14년째 가격을 동결했고, 만성적으로 발작이 반복되는 뇌전증 환아를 위해 2002년 세계 최초 액상형 케톤생성식인 ‘케토니아’를 개발했다. 세균성 설사, 유당불내증, 유단백 알레르기 등을 앓는 아기들을 위한 ‘XO 닥터’, ‘XO알레기’ 등도 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