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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김정일 마주 앉아 마셨다···'亞 최초 미사주' 국산 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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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첫 출시 당시 마주앙 로고. [사진 롯데칠성음료]

1977년 첫 출시 당시 마주앙 로고. [사진 롯데칠성음료]

와인 불모지나 다름없던 1970년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첫 국산 와인이 있다. 바로 ‘마주앙’이다. 마주앙이란 이름은 ‘마주 앉아서 즐긴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 26. 마주앙

출시 당시 국세청에서 술 이름에 외래어 표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정책 때문이다. 현존하는 국산 최장수 와인 마주앙은 1977년 5월 출시 이후 2016년까지 총 1억병(750ML 기준)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신비의 와인’으로 워싱턴포스트지에 소개됐고 아시아 최초로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받은 공식 미사주인 마주앙은 한국을 대표하는 장수 브랜드 중 하나다.

마주앙 레이블 변천사. [사진 롯데칠성음료]

마주앙 레이블 변천사. [사진 롯데칠성음료]

마주앙 탄생 배경은 ‘국민주개발정책’

첫 국산 와인의 시작은 6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해 서독을 방문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일 사람이 일반 작물 재배가 어려운 땅에 포도를 재배해 와인의 원료로 쓴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한국은 심각한 식량난에 빠져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상당량의 쌀과 보리가 양조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 동행한 고(故) 박두병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 포도로 술을 만들어 볼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국민주 개발정책이 출발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동양맥주(현 오비맥주)는 73년 경북 청하와 밀양 지역에 농장을 조성하고 경산에 와인 공장을 세웠다. 동양맥주는 국내 기술진을 독일로 보내 와인 제조 기술을 배우게 했고, 독일 전문가를 초빙해 개발에 들어갔다.

77년 5월 최초의 국산 와인 ‘마주앙 스페셜 화이트’와 ‘마주앙 스페셜 레드’가 출시됐다.

2018년 롯데주류 경산공장에서 열린 마주앙 미사주 포도 축복식 현장. [사진 롯데칠성음료]

2018년 롯데주류 경산공장에서 열린 마주앙 미사주 포도 축복식 현장. [사진 롯데칠성음료]

아시아 최초 로마 교황청 승인받은 공식 미사주

마주앙은 77년 출시되자마자 아시아 최초로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 공식 미사주가 됐다. 승인 후 현재까지 한국 천주교에 미사주로 봉헌되고 있다.
마주앙 미사주는 지난 두 번의 교황 방한 집전 미사(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서도 미사주로 사용됐다.

마주앙의 제품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78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에 사용됐고, 이후 미국에 선물로 전해진 마주앙은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 우수한 와인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신비의 와인’이라 불리면서 워싱턴포스트에 소개되기도 했다.

85년엔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의 와인 학술 세미나에서 ‘동양의 신비’로 격찬을 받기도 했다. 마주앙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양 만찬석 상에도 올라 화제가 됐다.

마주앙 레드

마주앙 레드

국내 누적 판매 1위…마주앙은 변신 중

마주앙 화이트

마주앙 화이트

출시 후 국내 와인 시장에서 마주앙의 독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87년 와인 수입 자율화가 발표되면서 프랑스 등 유럽 와인이 국내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주앙은 80~90년대 공장 증설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맞섰다.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주질을 개선하고 300ML, 250ML 등 용량을 다양화한 제품에 이어 2015년엔 파우치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그 사이 주인도 바뀌었다. 마주앙은 2001년 진행된 두산그룹의 오비맥주 매각과 관계없이 두산주류에서 계속 생산을 했다. 그러다 2009년 롯데그룹과 인수합병(M&A)으로 현재는 롯데칠성 주류 부문에서 생산하고 있다.

40년 넘게 이어지는 마주앙의 인기 비결은 ▶축적된 와인 양조기술 ▶시장 트렌드에 맞춘 맛과 패키지 변화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 ▶1만~2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 등이 꼽힌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최장수 국산 와인 브랜드라는 마주앙의 전통을 살리면서 국내 와인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맞게 맛과 디자인 개선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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