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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에 DMZ관광 중단 5개월…민통선 주민들 “생계 꽉 막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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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마을 주민들과 문산읍 상인 등이 지난달 8일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집회를 열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 민통선 안보관광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조봉연씨]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마을 주민들과 문산읍 상인 등이 지난달 8일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집회를 열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 민통선 안보관광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조봉연씨]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막으려다 주민 생계 꽉 막혔다. 대책 없는 안보관광 중단 즉각 재개하라.”

파주시 “추가 울타리 설치 완료” #정부 “감염 가능성 없어야 가능”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관광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는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ASF 확산 방지를 위해 경기도 파주시, 연천군의 안보관광이 중단된 지 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10월 2일 안보 관광이 중단된 지 18일로 140일째다. 생계난에 처한 민통선 주민들이 두 차례 시위를 벌이며 관광 재개를 촉구하는 가운데 다양한 방역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민통선 관광 재개 시기는 미정이다.

파주 지역에서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ASF가 발병한 후 확산 방지를 위해 DMZ(비무장지대) 안보관광 중단과 민통선 출입통제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민통선 내 주민들의 관광수입 터전이 되는 도라전망대·제3땅굴·도라산역 등에 대한 안보 관광을 통제하고 있다.

DMZ 광광에 나선 관광객들이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제3땅굴 견학을 마치고 나와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모습. 김성룡 기자

DMZ 광광에 나선 관광객들이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제3땅굴 견학을 마치고 나와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모습. 김성룡 기자

이완배 파주 통일촌 이장은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5개월째 안보관광을 중단하고 관광통제만 하고 있어 주민들이 심각하게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민통선 지역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피해주민에게 마땅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부 장관은 사람이 야생 멧돼지 접촉으로 ASF에 감염된 사실이 있는지 철저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파주 민통선 주민들 “특별재난구역 선포해야”    

이와 관련, 파주시도 방역 강화대책을 마친 상태에서 정부에 관광 재개를 계속 건의하고 있다. 안승면 파주시 관광과장은 “정부 측 요구에 따라 야생 멧돼지 차단을 위해 지난달 민통선 내 1차, 2차 울타리 외에 관광지역과 감염 위험지역이 분리되도록 울타리(3㎞)를 추가로 치고, 야생 멧돼지 포획틀도 61개를 추가 설치한 뒤 지난 11일 정부에 관광 재개를 요청해 둔 상태지만 언제 관광이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봉연 파주 해마루촌 농촌체험마을 추진위원장은 “DMZ 관광, 시티투어, 임진강 생태탐방 등의 안보관광이 5개월째 중단되는 바람에 관광객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민통선 주민들이 심각한 생계난에 처해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며 “관광객이 논밭에는 들어가지 않은 민통선 관광을 무조건 막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 “감염 가능성이 없어야” vs 파주시 “추가 울타리 설치”  

정부는 파주 안보관광 지역에 설치된 울타리 내에 남은 야생 멧돼지를 모두 잡거나 죽은 야생 멧돼지의 ASF 검사를 벌여 추가 감염 가능성이 없는 경우, 위험도가 낮아졌다고 판단 가능할 때 관광이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최근 발견되는 민통선 내 ASF 감염 야생 멧돼지 폐사체는 모두 울타리 내에서 발견되는 것이어서 차량으로 정해진 장소만 방문하는 민통선 관광이 ASF를 확산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방역 강화대책으로 제3땅굴 등 7곳에 야자 매트형 발판 소독시설을, 영농인과 관광객 접촉이 예상되는 지점 5곳에 대인 소독기를 각각 설치했다. 또 관광 차량 소독을 위해 통일대교 입구에 U자형 소독시설을 갖추고 소독 여부를 상시 감독하기 위한 통제초소도 마련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파주에서는 지난해 9월 17일 연다산동에서 국내 처음 ASF가 발병한 뒤 지난해 문산읍까지 5곳의 양돈농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말 ASF 차단 방역을 위해 파주지역 111개 농가의 돼지 11만538마리를 전량 수매하거나 살처분 처리해 없애는 특단의 조치를 했다.

두루미 월동지 사상 처음 겨우 내 관광 중단  

연천군 민통선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임진강 빙애여울은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만 남은 멸종 위기 희귀 겨울 철새인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의 최대 월동지”라며 “빙애여울을 방문하면 이색적인 겨울 생태관광과 자연학습이 가능한 데 현재 민통선 관광이 사상 처음으로 겨우내 중단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통선 임진강 상류에는 지난해 11월부터 두루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600여 마리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현재 월동 중이다.

연천 민통선 내인 남방한계선 철책 부근 태풍전망대는 휴전선 남측 11개 전망대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다. 북한 최전방 지역을 망원경으로 조망할 수 있다. 중부전선의 가장 인기 있는 안보 관광지다. 인근에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월동지를 조망할 수 있는 임진강평화습지원도 있다.

지난 1월 1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월동지 모습. [사진 이석우씨]

지난 1월 1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월동지 모습. [사진 이석우씨]

이석우 공동대표는 “현재 연천 민통선 지역에서는 방역 활동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데다 도로변의 제한된 장소에서만 이뤄지는 민통선 관광으로 인한 ASF 확산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지역 관광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통선 생태·안보 관광이 즉각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천에서는 지난해 9월 18일 백학면에 이어 지난해 10월 10일 신서면 등 2개 양돈농장에서 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신서면에서 또다시 ASF가 발생하자 74개 모든 양돈농가의 총 19만7000마리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거나 수매해 없앴다.

파주·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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