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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만들어 한잔…참 쉬운 하이볼 위스키 제조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56) 

위스키는 어떻게 마시든 상관없다. 누군가 “위스키는 이렇게 마셔야 해” 하며 훈수를 둔다면 한 귀로 흘려버려도 좋다. 기호품은 개인의 취향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하나의 도구다. 어떤 외국인은 오이 피클을 사서 국물을 모두 따라낸 후, 거기에 위스키를 채워 보관했다가 먹는다. 누군가 위스키를 죽에 넣어 끓여 먹는다 한들 참견할 일이 아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그만큼 위스키를 마시는데 정답은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위스키를 맛있게 마시는 법’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위스키로 만든 칵테일은 위스키를 보다 접하기 쉽게 해준다. 그렇다면 위스키로 만든 칵테일은 어떤 게 있나. 칵테일 지식은 짧아서 칵테일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세계적인 칵테일 경연대회, 디아지오 월드클래스의 한국 대회를 2년 연속 우승한 박성민 바텐더. 현재는 강남 지역에서 ‘TEA AND PROOF’라는 바를 운영 중인 그에게 위스키로 만드는 맛있는 칵테일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TEA AND PROOF의 박성민 바텐더. [사진 김대영]

TEA AND PROOF의 박성민 바텐더. [사진 김대영]


Q. 위스키로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은 몇 가지나 될까요?

바에서 일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만, 칵테일의 가짓수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크래프트 칵테일 열풍이 불면서, 지금 이 시각에도 칵테일 레시피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국 런던의 유서 깊은 사보이 호텔에서 발매되는 ‘사보이 칵테일 북’을 보면, 740가지가 넘는 칵테일 레시피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Q. 수많은 칵테일 중 가장 인기 있는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은 뭔가요?

‘올드패션드(oldfashioned)’입니다. 최근 5년간 챔피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거라 생각합니다. 버번 위스키나 호밀로 만든 라이 위스키에 설탕과 쓴맛을 내는 재료인 비터를 사용합니다. 여기에 오렌지 껍질과 체리로 장식한 이 칵테일은 이름만큼이나 단순하고 소박한 느낌이지만, 전 세계의 밤을 화려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많이 팔린 칵테일 2위에 올라있는 ‘네그로니(negroni)’와 네그로니의 ‘미국 사촌’으로 불리는 ‘불바디에(Boulevardier)’. 2년 연속 가장 많이 팔리는 칵테일 3위에 오른 ‘위스키샤워(whiskysour)’, 칵테일의 여왕이라 불리는 ‘맨하탄(manhattan)’, 뉴올리언스가 고향이고 라이 위스키와 압생트가 들어가는 ‘사제락(Sazerac)’ 등이 인기 있는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입니다.

박성민 바텐더의 올드패션드 칵테일.

박성민 바텐더의 올드패션드 칵테일.

Q. 칵테일 만드는 데 적합한 위스키는 어떤 게 있나요?

만들려는 칵테일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가지 위스키를 추천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계란 흰자와 설탕, 레몬주스가 들어가는 위스키 샤워에는 부드러운 바닐라 풍미와 우디 노트가 두드러지는 아메리칸 버번위스키 짐빔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단맛을 가진 리큐어인 드램뷰이를 이용한 ‘러스티 네일(rusty nail)’ 칵테일에는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에서 만들어지는 스모키 위스키, 라가불린이나 라프로익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강한 훈연 향이 달콤한 드램뷰이를 부드럽게 감싸줘서 깊은 풍미를 가진 칵테일을 즐길 수 있습니다.

Q. 고숙성 위스키도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면 맛있을까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위스키 수요가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위스키 생산량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이상 고숙성 위스키의 가격은 너무 많이 상승해 고가의 위스키를 칵테일에 사용하는 것은 굉장한 사치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말 잘 만들어진 위스키를 숙련된 바텐더가 정성스럽게 풀어낸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칵테일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집에서 위스키로 쉽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은 어떤 게 있을까요?

아무래도 하이볼 칵테일이 재료 준비나 실용성 면에서 만들기 쉽습니다. 준비물은 길쭉한 하이볼 글라스, 냉동실에 넣어 놓은 위스키, 얼음, 탄산수 정도면 충분합니다. 조금 더 산뜻한 느낌을 원한다면 레몬 정도만 추가하면 됩니다.

우선, 글라스에 얼음을 가득 채워줍니다. 이때 시간이 충분하다면 글라스를 잠시 냉동고에 보관해서 차갑게 식혀주는 것이 더욱 맛있는 하이볼을 만들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얼음을 가득 채운 글라스에 위스키 한 잔 분량을 넣어준 후, 잘 저어줍니다. 그리고 차가운 탄산수를 천천히 조심스럽게 잔에 채워주고, 마지막으로 가볍게 저어 주면 완성입니다. 이때 탄산수가 굉장히 중요한데, 기포가 강한 ‘창(chang)’ 탄산수나 ‘싱하’ 탄산수를 사용하면, 아주 청량감 있는 하이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레몬을 한 조각 넣어주면, 위스키의 강한 맛도 조금 줄어들면서 봄이나 여름에 즐기기 좋은 가벼운 하이볼로 완성이 됩니다.

박성민 바텐더의 하이볼.

박성민 바텐더의 하이볼.

Q. 지금까지 만들었던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 중 가장 맘에 들었던 한 잔이 있다면.

매일 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가지 칵테일을 만들지만, 기억에 남는 칵테일을 하나 꼽으라면 위스키 샤워입니다. 보통 미국산 버번위스키에 레몬과 설탕, 계란 흰자로 부드럽게 만드는 칵테일입니다. 하지만 바텐더는 손님이 누구인가에 따라 그 손님이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레시피를 쓸 수 있습니다.

가끔 가게에 오는 여자 손님이 있습니다. 그 손님은 스모키한 풍미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스카이 섬의 바다 내음과 훈연 향이 일품인 탈리스커를 베이스로 위스키 샤워를 만들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 너무 힘든 일이 많았었는데 정말 맛있게 만들어주신 칵테일 한 잔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그 손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위스키 샤워는 저에게 가장 좋았었던 칵테일로 남았습니다.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박성민 바텐더.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박성민 바텐더.

칵테일은 위스키보다 바텐더나 바의 분위기에 더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내게 맞는 바와 바텐더’를 찾는 게 중요한데, 내 헤어스타일을 잘 만들어주는 헤어디자이너를 찾는 과정과 유사하다. 내 스타일을 잘 아는 헤어디자이너라면, 여러 말이 필요 없다. 바텐더도 그렇다. 그 바텐더의 칵테일을 많이 마셔봤기 때문이 아니다. 단 한 잔만으로도 바텐더와 내가 통하는지 알 수 있다. 잘된 헤어스타일은 바로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스키와 그 위스키로 만든 칵테일을 통해 어딘가에 있을 ‘나의 바텐더’를 만나길 바란다.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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