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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잔칫날, 유승민은 없었다···"불완전 통합의 상징"

중앙일보

입력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추진하고 개혁보수를 위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출입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추진하고 개혁보수를 위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출입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의원은 없었다.

17일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의동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 이언주 전진당 대표 등이 참석했지만 정작 통합의 한 축이었던 유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이혜훈 의원은 "(유 의원은) 불출마 선언 이후 일체의 공식일정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 (불참은) 그 연장 선상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반면 다른 유 의원 측 인사는 "아직도 (유 의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다며 보수의 '배신자' 부르는 사람이 여전히 있지 않나"라며 "그런 지지자가 많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썩 내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 9일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돌아보면 20년 동안 하루도 쉼 없이 치열하게 달려오고 투쟁해 왔다"며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란 저의 오래된 질문을 다시 생각하며 숨 고르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주변에선 유 의원이 사실상 '칩거' 상태라고 전했다. 국회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상욱 의원은 "우리와도 연락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서울에 있는지, 대구에 있는지, 국회에 있는지도 모른다"며 "모든 걸 내려놨으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냐. 우리는 기다릴 따름"이라고 전했다.

중도·보수 세력 통합을 추구하는 미래통합당의 출범식 열린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언주 전 전진당 대표(왼쪽 부터), 정병국 통준위 공동위원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장기표 통준위 공동위원장이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중도·보수 세력 통합을 추구하는 미래통합당의 출범식 열린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언주 전 전진당 대표(왼쪽 부터), 정병국 통준위 공동위원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장기표 통준위 공동위원장이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유 의원의 이날 불참이 통합당의 불완전한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그는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며 줄곧 신당 창당을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통합당은 간판만 바꿔 단 채 사실상 한국당으로 '흡수 통합'이라는 평가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새보수당 내부 여론에 떠밀려 본인이 원치 않는 방식의 통합이었다는 것을 이날 불참으로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아직 황교안-유승민 회동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양측의 반응이 상반된다. 지난 6일 유 의원이 ‘회동 요청’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당시 황 대표는 “새보수당 내부 사정이 잘 정리된 후 뵙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취지의 답신을 측근을 통해 전했다고 한다. 이에 유 의원이 “저희 당 문제는 전적으로 제가 책임질 테니 만나자”고 재차 전했지만, 황 대표가 만남을 피했다는 게 유 의원 측이 전한 당시 상황이다. 반면 황 대표 측은 “유 대표 측 제안에 황 대표 역시 만나자는 취지로 답을 했지만, 연락 자체가 잘 안 됐다”고 전했다.

통합당에선 유 의원이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 선거를 지휘하거나, 불출마 계획을 접고 서울 등 수도권에 출마하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주변에선 "유 의원 성격상 불출마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유 의원 측 인사는 "총선 상황을 봐서 개별적인 후보 지원에는 나설 것 같지만, 전국이나 권역별 단위의 대규모 지원 유세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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