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비자금' 네탓 싸움…정치권 긴장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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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비자금 수사가 확대되면서 정치권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구여권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민주당과 통합신당이 서로를 비난하는 등 신경전이 치열하다.5일 민주당은 신당 측 이상수(李相洙)의원과 장영달(張永達)의원의 이 사건과 관련한 발언을 공식으로 문제삼았다.

민주당은 李의원이 지난 4일 몇몇 기자와 만나 "SK 비자금 사건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정치권을 한번 흔들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張의원 역시 "민주당이 많이 연루돼 있을 것이고 그것이 나오면 여러 사람이 다칠 것 같은 분위기"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들의 발언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논평에서 "李의원과 張의원의 발언이 '(대선 당시)盧후보 진영에 비선을 통한 자금 전달설'이 돌자 미리 차단막을 치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할 말과 안할 말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張부대변인은 "신당 쪽에서 일제히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 자체가 검찰 수사가 정치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며 "이상수.장영달 의원은 어떤 정치적 목적에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상수 의원이 분당 전 사무총장 때 최태원 SK㈜회장 구속과 관련해 검찰 지휘부에 전화해 선처를 부탁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러자 문제 발언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李의원은 이날 "사건의 전모를 모르는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느냐"면서 민주당 측 주장을 부인했다.

그 대신 李의원은 "검찰이 철저히 밝혀 우리 정치자금 문화에 새로운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으로 변신한 민주당은 여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을 개혁 대 반개혁의 대결구도로 몰아가기 위해 정치권 사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진의원들의 연루설을 계속 흘리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고 있다.

◇"물타기 아닌가"=일부 중진의원들이 SK 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한나라당은 "여야 없는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면서도, 구여권에 집중된 현대 비자금 수사에 물타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검찰에 보내고 있다.

홍사덕 원내총무는 "노무현 신당이 뜰 즈음에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염증을 키우려는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면서 "SK비자금 사건은 그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洪총무는 또 "현대 비자금 사건이 지난 총선에 수도권과 영남권의 선거자금으로 사용됐다고 의심할 수 있는 정황증거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국정감사가 끝나면 곧바로 현대 비자금 사건에 대한 특검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승희.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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