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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세일즈왕이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22)

한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루고 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은 멋진 성과이고 또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지위, 업종을 떠나서 한사람의 역량만을 두고 볼때도 세일즈를 잘 할 수 있을까? [사진 Pixabay]

한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루고 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은 멋진 성과이고 또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지위, 업종을 떠나서 한사람의 역량만을 두고 볼때도 세일즈를 잘 할 수 있을까? [사진 Pixabay]

몇 년 전쯤 대기업에서 B2B 세일즈를 오랜 기간 맡아온 한 부장과 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그 분야에서는 ‘영업통’으로 불렸다. 당연히 혁혁한 성과와 드라마틱했던 영업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던 중 내가 업으로 하는 세일즈 교육과 컨설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세일즈를 어떻게 배웁니까? 저는 세일즈를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세일즈를 잘하는 사람들은 배울 필요가 없고, 세일즈를 잘 못 하는 사람들은 배운다 해도 성과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이 부장님은 자신은 세일즈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는 배울 필요를 못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한 분야에서 이룬 성과가 크고, 또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한 자신의 경험에 대한 믿음은 단단한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당연히 멋진 성과이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솔직한 자기표현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고맙기도 하고 말이다. 아주 간단하게 표현했지만 그 나름의 깊이와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론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만큼은 내 생각과는 달랐기에 이런 질문을 해봤다.

“부장님,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부장님께서는 세일즈를 잘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세일즈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렇게 이해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세일즈를 연구하고 교육한다고 하시지만, 저 역시도 세일즈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여쭤보고 싶습니다만, 예전에 저 자신에게도 물었던 질문입니다. 지금 부장님께서 가지고 계신 것들 회사, 지위, 업종을 다 떠나서 부장님 한 사람의 역량만을 두고 볼 때도 부장님께서는 세일즈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아무 말씀이 없더니 웃으며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는 대답을 했다.

이미 과거의 호황기에 고객을 많이 확보한 선배 영업사원들의 화려한 성공담은 현재 새롭게 경험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그야말로 '안물안궁'이야기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사진 Pixabay]

이미 과거의 호황기에 고객을 많이 확보한 선배 영업사원들의 화려한 성공담은 현재 새롭게 경험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그야말로 '안물안궁'이야기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사진 Pixabay]

좀 다른 상황이지만 비슷한 에피소드를 하나 더.

약 2년 전쯤 한 외국계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다. 전국 단위의 프로젝트였다. 각 지사를 개별 방문해 몇 차례에 걸쳐 세일즈 역량 강화 교육, 훈련을 진행해 보면 여러 가지 느끼는 바가 자연스레 많아진다.

조직 문화가 어떠할지도 예상되고, 당장의 성과도 예측되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지사별로 비교 가능했다. 그중 한 군데는 과거 화려한 성과를 냈던 경력사원도 많고 입지도 좋았지만, 최근에는 썩 성적이 좋지 않은 곳이었다. 교육을 마무리하던 중 몇몇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와 몇 가지 질문을 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세일즈에 대해 정말 궁금하게 많은데, 저희 팀장님들은 매번 ‘내가 영업할 때는 말이지’라며 옛날이야기만 합니다. 요즘 고객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뻔히 알면서 왜 의미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을까요? 그래서 저희는 아예 묻지도 않고, 상의도 안 합니다.”

이미 과거의 호황기에 고객을 많이 확보한 선배 영업사원들의 화려한 성공담은 현재를 새롭게 경험하는 후배들에게는 그야말로 ‘안물안궁’ 이야기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해당 지사의 팀장들은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당시에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육 참석에는 비협조적이었다. 아마도 ‘내가 왜? 세일즈를 배워야지? 나는 세일즈를 잘하고 있고, 많은 경험도 가지고 있는데 말이야’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해당 지사는 이후에 꾸준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최근에는 영업을 중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일즈를 잘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물론 결과론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결과’는 ‘과거’다. 앞으로도 좋은 결과 즉, 세일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하려면 ‘세일즈를 잘한다’가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과거의 경험(성공과 실패의 다양한 경험과 사례), 현재 상황(회사, 지위, 업종, 시장 여건 등)을 떠나 ‘세일즈를 잘한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물론 경험과 상황은 현실적으로 소중한 자산이고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 답이 꼭 ‘정답’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정답을 찾기란 어렵기도 하다. 다만, 막연하게 결과를 두고 경험을 논하면서 ‘잘한다’라고 생각한다면 상황이 바뀌고, 경험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 변화 앞에서는 방향을 잃기에 십상이다.

변화에 가장 민감해야 하고, 세상과 가장 역동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업무가 세일즈이다. 자신의 경험이 주는 소중한 통찰과 지혜를 남기고 객관성과 보편타당성,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부합하는 요소를 찾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사진 Pixabay]

변화에 가장 민감해야 하고, 세상과 가장 역동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업무가 세일즈이다. 자신의 경험이 주는 소중한 통찰과 지혜를 남기고 객관성과 보편타당성,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부합하는 요소를 찾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사진 Pixabay]

또한 ‘세일즈’를 ‘자신의 경험’이라는 아주 작은 세계에 가두는 것은 자신의 발전에도 독이 된다. 앞선 이 부장이 만일 그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장 혹은 사업으로 성장한다면 어떨까? 오히려 자신의 경험을 더 넓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확장하고, 새롭게 적용하는 창의성과 유연성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경험이 최고의 자산이 돼야지 가장 단단한 벽이 돼서는 곤란하다. 모 외국계 회사 프로젝트에서 보았던 ‘선배 팀장’의 오류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와 달리 너무 빠르게 변한 시장 상황에 자신의 경험에 갇힌 세일즈는 변화에 둔감하고, 성장을 위한 노력을 더디게 만든다.

세일즈는 ‘학문’보다는 ‘현장’에 훨씬 가깝다. 세일즈는 ‘주장이나 이론’보다는 ‘현실의 목표’에 더 가까운 주제다. 그래서 ‘결과’를 갖고 ‘과정’을 추론하기가 더 쉽고, 성공한 앞선 선배들의 발자취에서 그 과정을 찾아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각자의 경험 속에서 도드라지는 몇 가지의 요소만으로 단정 짓는 오류는 오히려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좀 더 객관적이면서도 보편타당한 것, 기본에 바탕을 두면서도 적용 가능한 역량은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더디게 느껴지겠지만 좀 더 탄탄히 세일즈 혹은 비즈니스를 발전시킬 수 있다.

변화에 가장 민감해야 하고, 세상과 가장 역동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업무가 세일즈이다. ‘나 때는 말이야’는 나 자신에게도, 주변에도 성장을 가로막는 서두다. 세일즈를 연구하고 컨설팅하는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경험이 주는 소중한 통찰과 지혜를 남기고 객관성과 보편타당성,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부합하는 요소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좀 더 넓은 세계, 다양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세일즈를 이해하자. 그게 세일즈의 본 모습이자 매력이다.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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