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내야 하는 냉혹한 현실, 대학입시와 세일즈

중앙일보

입력 2019.12.28 07:00

[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20)

고3 아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라 2019년은 엄마 노릇 잘 못 한 나로서도 긴장감이 남달랐던 한해였다. 원서를 쓰고, 예민해진 아이의 눈치를 보고, 다른 사람들의 말과 글을 코칭하지만 차마 한마디도 못 하는 마음 졸이는 엄마 노릇을 하면서 지냈다. 평소 아이의 입시에 크게 관여하지 않은 미안함에 합격 발표가 나기 시작하면서 난생처음으로 ‘입시’에 대한 정보를 얻을까 하여 꽤 유명한 입시 관련 카페에 가입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는 그곳에서 입시에 대한 정보보다는 입시를 겪어내는 아이들의 마음가짐을 통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다.

입시에 대한 무게감은 이해하지만 내게 입시는 냉정한 어른의 관점이었다. 나도 다 겪어낸 시간이라고, 실패이건, 성공이건 뼈저리게 소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시간이라는 이상적이지만 막연하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뻔하디뻔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잠깐이나마 그 카페에서 읽었던 아이들의 시선은 어른들의 ‘결과론적’ 관점보다 뭔가 더 깊은 것이 있었다. 실패와 성공의 결론뿐 아니라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시간을 반추하고, 그 경험을 감정과 이성을 통해 해석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픔도 구체화하고, 초조함과 기쁨의 값도 어느 정도 헤아리고 있었다. 그리고 애타게 결과를 기다리고 결코 좌절하지 않겠다는 외침의 끝에서 결국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지나간 시간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는 담대함을 나누기도 했다. 초조하게 내 아이의 합격 여부를 가늠해 보고자 가입해 ‘눈팅’만 했던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서로를 격려하고 기쁨과 축하, 위로와 응원을 나누고 있었다.

아이들의 시선은 결과론적인 어른의 관점과 조금 달랐다. 실패와 성공의 결론뿐 아니라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시간을 반추하고, 그 경험을 감정과 이성을 통해 해석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중앙포토]

아이들의 시선은 결과론적인 어른의 관점과 조금 달랐다. 실패와 성공의 결론뿐 아니라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시간을 반추하고, 그 경험을 감정과 이성을 통해 해석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중앙포토]

지난 시간 자신이 쏟은 열정이 평가되고, 자신의 꿈이 정확히는 이해되지 않는 잣대로 결론지어지는 현실은 냉정하지만 아이가 살아갈 ‘리얼’ 현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만큼은 ‘마음’이라는 추상적이지만 무한한 크기의 그릇에 의해 바뀌는 것 같다. 아직 세상을 경험하지 않은 순수함의 힘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보여준 마음 그릇의 크기는 아마 입시를 준비했던 자신의 열정, 자신의 삶에 대한 기대감과도 비례하는 듯 보였다.

무엇이든 ‘세일즈’를 떠올리는 나의 습관은 이번에도 그러했다. 짧게는 3년, 길게 보면 초등학교부터 12년간의 ‘학업’과 ‘학교생활’이 평가되어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대학입시와 그 과정을 겪어내는 학생들을 보며 세일즈 과정에서 ‘어른’들은 어떠한가를 반추해 보게 된다.

세일즈도 일반직군이나 업무와 다른 것 중 하나가 바로 ‘평가’의 냉정함에 있다. 아무리 과정을 열심히 밟아도, 효과적인 프로세스를 거쳐도 세일즈는 궁극적으로는 결과에 의해 평가를 받게 된다. 또한 평가가 반복적으로, 자주 일어나며 보편적으로는 성공보다 실패를 더 자주 만나게 된다. 세일즈 교육, 트레이닝에서 ‘태도적 측면’이 강조되는 이유도 바로 세일즈가 결과론적인 평가와 실패에 대한 경험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평가와 실패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을 바탕으로 지난 과정을 돌아보고, 자신의 감정을 담담히 이해해내고, 보람과 후회, 기쁨과 안타까움을 선명하게 인식한 것. 세일즈의 과정에서 아무리 뛰어난 스킬과 고객군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마음의 크기가 준비되지 않는다면 오랫동안 좋은 성장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세일즈 현장에서 많은 세일즈맨들의 성장을 지켜보았기에 당장 오늘, 내일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 성장을 위해 과정을 해석하고 감정을 추스르고 지혜롭게 다음 발걸음을 디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만큼 어려운지도 알고 있다. 또한 평가가 반복되면 긴장감은 떨어지고 실패도 일상이 되며 프로세스는 단순한 루틴이 되기도 한다. 결국 좋은 성장을 통해 자신의 세일즈,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평가가 주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과정을 해석하고, 이를 다시 자신의 양분을 쌓아내는 마음 크기를 유지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일 것이다.

세일즈도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평가’ 중 하나일 것이다. 평가의 무게감과 색깔이 다르긴 하지만 평가에 대한 자세와 태도, 지혜로운 관점과 실행을 통해 좋은 성장의 기초가 만들어진다. [사진 pixabay]

세일즈도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평가’ 중 하나일 것이다. 평가의 무게감과 색깔이 다르긴 하지만 평가에 대한 자세와 태도, 지혜로운 관점과 실행을 통해 좋은 성장의 기초가 만들어진다. [사진 pixabay]

대학입시도 그렇지 않을까? 물론 순탄하게 원하는 대학에 합격 소식을 받는 것을 누구나 원하지만, 카페에서 만난 많은 학생처럼, 어려운 과정을 거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어쩌면 미래의 더 멋진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리라. 복잡하고 자주 바뀌는 입시 제도를 보고, 또 직접 경험하며 한탄과 불평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자신의 시간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아이들의 경험이 대학의 문을 여는 것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경험의 한편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세일즈도 대학입시도, 삶의 전반에서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평가’ 중 하나일 것이다. 평가의 무게감과 색깔이 다르긴 하지만 평가에 대한 자세와 태도, 지혜로운 관점과 실행을 통해 좋은 성장의 기초가 만들어진다. 한 가지 더. 세일즈도 대학입시도 ‘겪어내야 하는’ 냉정한 현실이기만, 동시에 과정을 겪어내는 진지함과 정성, 서로 간의 격려와 응원이 빚어내는 하모니를 통해 좀 더 아름답고 의미 있는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보자.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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