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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같은 울음 같은 두 시인의 산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73호 21면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김사인 엮음
문학동네

저 불빛들을 기억해
나희덕 지음
마음의숲

시와 산문의 경계는 어디인가. 시는 산문을 이루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태어나고, 산문이겠거니 작정하고 쓴 글 안에 시적인 것들이 반짝인다. 일정한 경지에 오른 두 시인의 산문을 맛볼 수 있는  책들이다.

한국문학번역원장을 맡고 있는 김사인 시인의 책은 격동 속으로 나라가 돌진하던 2017년 상반기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시 소개 글들을 묶은 것이다.

시는 울음, 시인의 노릇은 잘 우는 일,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말과 노래, 글과 그림의 구분조차 큰 의미 없다고 믿는 김씨는 대한민국헌법 전문, 대중가요 가사(‘봄날은 간다’)도 시일 수 있다며 버젓이 소개했다.

저 불빛들을 기억해

저 불빛들을 기억해

김씨가 선택한, 통상 시 아닌 것들도 포함하는, 시들의 묶음을 감상하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수준 있는 사화집(詞華集)이다.

나희덕 시인의 산문집은 2012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인데 10편 남짓 새 글을 보탰단다.

가령 ‘타인의 냄새’ 같은 글이 요새 글이다. 몸냄새에 대한 모멸감이 살인사건으로 비화한 영화 ‘기생충’ 얘기가 나온다.

표제 산문 ‘저 불빛들을 기억해’는 아이가 몸이 아파 입원한 병원에서 훨씬 비관적인 처지의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난 끝에 위안과 용기를 얻게 되는 얘기인데, ‘불빛’을 ‘별빛’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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