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항 거부로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던 대형 크루즈선'웨스테르담호'가 우여곡절 끝에 13일 오후 캄보디아 남서부 시아누크빌항 정박지에 안착했다.
승객 1455명과 승무원 802명을 태운 웨스테르담호는 지난 1월 16일 싱가포르에서 출항, 중간 기착지를 거쳐 홍콩을 지난 1일 출항했다.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는 당초 12일 부산을 경유, 13일 일본 사세보항을 들른 뒤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일정을 마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홍콩에서 출발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일본, 대만, 괌, 필리핀, 태국 등 5개국 정부가 잇따라 입항을 거부하며 퇴짜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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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량 바다를 떠돌던 웨스테르담호는 마침내 캄보디아 훈센 정부의 배려로 이날 시아누크빌항에 입항했다.
선사측은 현재까지 아픈 환자는 없다고 밝혔으나 캄보디아 당국은 모든 탑승객의 혈액 등 샘플을 채취하고 격리 상태에서 정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현지 일간 크메르 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인 탑승객 존스는 로이터 통신에 "오늘 아침에 육지를 보고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이게 정말이야?'라는 생각마저 들었다"면서 감격해 했다고 전했다.
1인당 2만 달러를 내고 ‘꿈의 여행’ 크루즈선에 승선했던 탑승객들은 보트 피플 신세로 배 안에 갇혀 있다가 비로소 육지에 오르게 됐다.
시아누크빌항에 내린 탑승객들은 전세기를 이용해 프놈펜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모든 비용은 선사측이 부담한다고 밝혔다. 또한 선사측은 탑승객들에게 전액 환불과 추후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웨스테르담호의 캄보디아 입항 허가 배경에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훈센 총리는 코로나 19 발원지 중국 후베이성에 있는 유학생 등 자국민 철수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후베이성 방문을 추진하다 중국 정부의 거절로 불발, 지난 5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또한 총리는 지난 11일 "코로나19보다 최악인 것은 차별"이라며 "캄보디아 국민이 질병에 걸렸다고 다른 나라에 있는 상점 입장이 거부되면 기분이 어떻겠냐? 중국인도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