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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해운대 ‘하늘 위 궁전’…분양가 비싸 10년째 미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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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부산 해운대에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일부 단지 최고층 펜트하우스는 10년째 미분양이다. [중앙포토]

부산 해운대에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일부 단지 최고층 펜트하우스는 10년째 미분양이다. [중앙포토]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해운대 아이파크(최고 72층)에는 10년째 불이 꺼진 집이 있다. 65층과 66층에 있는 전용면적 285㎡짜리 두 가구다. 국내 아파트 중에선 가장 넓은 집이지만 2011년 준공 이후 주인을 찾지 못했다. 분양을 시작한 2008년 초부터 따지면 13년째 미분양이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하고 준공한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도 있다. 66~80층의 222㎡ 30가구 중 여섯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70층 넘는 바다 조망 주상복합 단지 #분양가는 3.3㎡당 최고 7000만원 #부산 집값 상승세 꺾이며 투자 외면 #“서울 돈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안 와”

등기부등본을 보면 사업 시행사가 소유자로 올라있다. 현대산업개발(해운대 아이파크)과 대원플러스건설(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이다.

해운대 엘시티더샵도 꼭대기 층 244㎡ 여섯 가구 중 세 가구가 미분양이다. 지난해 말 해운대 해수욕장 옆에 준공한 이 단지는 85층으로 국내 최고층 아파트다. 해운대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하늘 위 궁전’ 펜트하우스(꼭대기 층 고급주택) 11가구가 뜻밖에 미분양 상태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분양가가 비싸 안 팔리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해운대 아이파크와 두산위브더제니스의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다른 주택형의 세 배에 가까웠다. 두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600만원대였는데 펜트하우스는 최고 4500만원이었다. 가구당 분양가는 해운대 아이파크 285㎡가 57억6360만원,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222㎡가 28억~44억원이었다. 2008년 당시 부산에서 거래된 아파트 4만5000가구의 가격은 3.3㎡당 평균 900만원대였다. 2015년 10월 분양한 해운대 엘시티더샵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3.3㎡당 4700만~7000만원이었다. 가구당 45억~68억원이다. 당시 부산 평균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대였다.

분양 초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반 주택형은 주인을 찾았지만 초고가 펜트하우스는 분양 실적이 저조했고 그 뒤 시장 분위기도 냉랭해졌다. 2016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해운대구는 2017년 8·2 대책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등 규제를 받으며 2018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월무 미드미디앤씨 대표는 “해운대 조망권을 내세워 서울의 투자수요를 기대했는데 서울에서 돈이 생각만큼 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펜트하우스에 대한 냉랭한 분위기는 정부의 공시가격으로도 확인된다.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부산 아파트 공시가격은 평균 13.9% 올랐다. 같은 기간 해운대 아이파크와 두산위브더제니스 펜트하우스 공시가는 20% 넘게 내렸다.

보유세 부담은 껑충 뛰었다. 2018년 9·13 부동산 대책과 지난해 12·6 대책으로 종부세율이 올라가고 공시가격이 뛰면서다. 해운대 아이파크 285㎡(공시가격 30억4000만원)의 지난해 보유세는 2700만원이었다. 올해 시세를 지난해와 같다고 보더라도 공시가격은 35억원 정도로 오를 수 있다. 정부가 시가 30억원 초과 아파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 80%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유세는 4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0%가량 늘어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력가라도 펜트하우스의 희소가치만 보는 게 아니다”라며 “큰 시세차익을 기대하진 않더라도 투자성이 낮은데 거액을 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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