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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이선균의 '글로벌 IT회사'는 뭐하는 곳? 4가지 단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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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서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중에 '직업'과 '회사'가 분명한 인물은 박동익(이선균 배우)뿐이다. 봉준호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박 사장 가족은 IT기업 CEO로, (한국의) 새롭고 유능한 부유층 가족"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부자의 대명사 '재벌'이 아니라 IT기업 CEO를 내세운 거다. 박 대표 회사를 추측할 수 있는 영화 속 실마리를 따라가봤다.

MS 출신, 글로벌 증강현실 업체?

'기생충'에서 처음 박 대표 회사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건 김기우(최우식 배우)가 과외를 하러 박 대표네 집에 찾아갔을 때다. 1층 거실 벽에 가족사진 아래 박 대표가 소개된 '영문잡지'가 보인다. 기사 제목은 'NATAHAN PARK HITS CENTRAL PARK'. 내용은 '박 대표가 증강현실(AR)을 이용해 뉴욕을 걸으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내용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글로벌 IT기업으로 설정된 '어나더브릭' [영화 기생충 캡처]

영화 기생충에서 글로벌 IT기업으로 설정된 '어나더브릭' [영화 기생충 캡처]

여기서 첫 번째 힌트가 드러난다. '하이브리드 모듈 맵',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도시 매핑' 등이다. 전체 문장이 나오진 않지만, 박 대표가 20년 전인 25살 때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일했다고 추정할 만한 내용이 있다.

혁신적인 IT 회사 '어나더브릭'? 

두 번째 힌트는 잡지 바로 옆 상패. 리타(RITAA)라는 단체 이름으로 2017년 발급된 상은 '리타 이노베이션 어워드'다. '신흥 테크놀로지 최고 사용(BEST USE OF EMERGING / NEW TECHNOLOGY AWARD)' 부문이다. 여기서 처음으로 박 대표의 회사명이 등장한다. 바로 어나더브릭(ANOTHER BRICK INC.)

영화 기생충에서 글로벌 IT기업으로 설정된 '어나더브릭' [영화 기생충 캡처]

영화 기생충에서 글로벌 IT기업으로 설정된 '어나더브릭' [영화 기생충 캡처]

실제 RITA가 있는지 확인해봤다. IT업계에는 소비자가전박람회(CES) 등에서 혁신적인 기업에 상을 주지만, '리타'라는 단체는 없다. 비슷한 이름의 '리타(RITA) 어워드'는 미국 로맨스 작품 에 수여하는 상이다. 스페인어로 발음이 같은 '리타(LITA)'는 동물에 기생하는 기생충을 뜻하는 단어다.

AR·VR 하드웨어 제조업체?

영화 기생충에서 글로벌 IT기업으로 설정된 '어나더브릭' [영화 기생충 캡처]

영화 기생충에서 글로벌 IT기업으로 설정된 '어나더브릭' [영화 기생충 캡처]

세 번째 힌트는 박 대표가 차 안에서 서류 한 장을 떨어뜨리는 장면이다. 그 서류를 보면 '어나더 브릭'이라는 회사명과 함께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쓴 외국인 사진이 등장한다. 영어로 쓰인 문서의 내용은 VR을 체험한 이의 몰입 소감을 담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어나더브릭'이 AR·VR 등과 관련된 IT 회사라는 점이다.

수십 명이 일하는 IT 글로벌 회사? 

네 번째는 김기택(송강호 배우)이 박 대표 회사에 운전기사 면접을 보러 간 장면이다. 회사에선 수십명의 직원이 일한다. 박 대표는 '어나드 브릭' 로고가 각인된 회의실에서 직원들과 회의 중이다. 직원들은 VR HMD(Head Mounted Display)를 들고 있다. 일부 직원 손에 쥐는 VR 컨트롤러도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글로벌 IT기업으로 설정된 '어나더브릭' 직원들이 VR 헤드셋 등을 들고 있다.[영화 기생충 캡처]

영화 기생충에서 글로벌 IT기업으로 설정된 '어나더브릭' 직원들이 VR 헤드셋 등을 들고 있다.[영화 기생충 캡처]

박 대표는 직원에게 "근데 이게 핸드폰하고 호환이 되나"라고 묻는다. 직원은 "폰하고는 호환이 되지 않죠. 이건 모바일보다 훨씬 높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서"라고 답한다. 영화에서 설정된 글로벌 IT 회사의 전체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어나더브릭' 누구냐 너? 

기생충 속 '어나더브릭'은 AR·VR과 관련된 업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 지도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사업에 진출했을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AR·VR 하드웨어 기기를 제작 중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박 대표가 '핸드폰 호환 가능성'을 묻는다는 점에서 하드웨어 제작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실제로 AR·VR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갖춘 곳은 대부분 대기업이다. 구글의 '데이드림',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의 '리프트', 대만 HTC의 '바이브', 일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삼성이 '기어VR' 시리즈를 제작하는 정도다. IT 업체로 보면 콘택트렌즈형 AR렌즈를 제작한 미국 '모조 비전 디스플레이', 중국의 AI 스타트업 '로키드' 등이 꼽힌다.

오락을 넘어 실생활에 필요한 수준의 AR·VR 소프트웨어도 아직은 많지 않다. 포켓몬고(GO)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AR·VR 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며 국내 스타트업들이 버텨내지 못했다. 대신 5G 기술이 상용화되며 통신사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각종 정보를 증강현실로 구현해 주는 식이다.

영화 기생충 후반부 지하실에서도 국내 잡지와 영문 잡지에 '어나더브릭' 박동익 사장이 소개된 장면이 나온다. [영화 기생충 캡처]

영화 기생충 후반부 지하실에서도 국내 잡지와 영문 잡지에 '어나더브릭' 박동익 사장이 소개된 장면이 나온다. [영화 기생충 캡처]

'어나더브릭'과 닮은 회사를 꼽자면 인공지능(AI)으로 생체정보 기반의 VR 뇌파 인터페이스를 제작하는 '룩시드랩스'가 조금 유사하다. 룩시드랩스는 뇌파와 눈동자를 분석하는 'VR헤드셋' 등 하드웨어를 갖췄고 데이터를 중시한다. 2018년 삼성전자·구글에 이어 CES에서 VR 분야 최고 혁신상을 받는 등  곳곳에서 혁신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회사의 핵심 콘텐트는 다르다. 룩시드랩스는 어나더브릭처럼 AR 지도 제작이 아니라 뇌파 기반의 인지·감정 파악 기술이 주력이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TMI '어나더브릭'

영화에 등장하는 박 대표의 회사 '어나더 브릭'의 출처는 어딜까? 실존하는 회사는 아니다. 우선 영국 락그룹 핑크 플로이드가 1979년 발표한 'Another Brick in the Wall'이라는 곡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해당 곡은 획일화 된 교육을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당신은 벽 안에 또 다른 벽돌일 뿐'이라는 가사는 '기생충'의 메시지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 박 대표는 가사 도우미를 해고한 후 "하긴 뭐 아줌마야 쌔고 쌨으니까 다시 또 구하면 그만이긴 한데..."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IT업체, 특히 개발업체의 작명 감성이다. 개발 분야에서는 'Brick'을 회사명에 종종 사용한다. 개발 코드가 벽돌을 쌓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사 '세븐 브릭스', 블럭체인게임 개발사 '노드브릭' 등이 대표적이다. 넥슨의 김정주 회장도 레고를 좋아해 '브릭'이라는 이름을 자회사(소호브릭스, 현재 매각)에 넣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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