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배하고, 휩쓸고, 허물었다"…'기생충'에 외신들 깜짝

중앙일보

입력

9일(현지시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각본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각본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AP=연합뉴스]

기생충이 오스카의 역사적인 밤을 지배했다. - CNN

기생충은 작품상을 받으며 장벽을 허물었다 - ABC뉴스

기생충이 역사적인 밤을 휩쓸었다 - 버라이어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에서 수상하자 해외 언론들이 '기생충'의 성공을 앞다퉈 전하고 있다. 오스카의 역사를 새로 쓰고, 4관왕으로 상을 싹쓸이했으며, 특히 장벽을 허물었다는 평가가 많다.

"역사적인 밤을 지배했다" 

CNN은 이날 온라인판 톱기사로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소식을 전했다. CNN은 '기생충이 오스카의 역사적인 밤을 지배(dominated)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빈부 격차의 양 끝단에 있는 두 가족을 중심에 둔 이 영화의 전염성은 할리우드의 가장 노련한 영화 제작자를 포함한 오스카 경쟁자들에게 너무나 강력한 것으로 판명됐다"라며 "기생충은 작품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영화이자 비영어 영화"라고 소개했다.

특히, CNN은 '기생충'과 함께 경쟁한 영화 '1917'(샘 멘데스)과 '원스어폰어타임…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를 거론하며 전쟁이나 역사를 소재로 한 유명 감독의 영화를 선호하는 오스카의 오랜 전통 때문에 '기생충'이 아닌 두 영화가 상을 받을 것으로 점쳐졌다고 수상작 발표 전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CNN은 "기생충의 수상으로 아카데미는 지난 91회의 행사와 달리 영화를 기리는 선택을 했다"고 분석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작품상을 수상하며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작품상을 수상하며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ABC뉴스는 아카데미 시상식 전체를 조명하는 기사를 통해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을 소개하며 "오스카의 장벽을 허물었다"고 평가했다. ABC는 봉 감독이 수상 소감을 전하는 대목에서 "진심에서 우러난(heartfelt) 감사 인사"라고 표현했다.

봉 감독은 감독상을 받으며 함께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샘 멘데스, 토드 필립스를 언급하며 "학교에서 마틴의 영화를 보며 공부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올라 영광이다" "오스카가 허락한다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 5등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버라이어티도 머리기사를 통해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기생충'이 주요 부문에서 4관왕을 한 것을 두고 영화 제목과 휩쓸다(Sweep)는 표현을 더해 'Parasweep'이라고 쓰기도 했다.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AP=연합뉴스]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AP=연합뉴스]

북미 시상식 시즌을 겨냥해 나온 '기생충' 포스터. 송강호를 남우조연상 후보로 미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북미 시상식 시즌을 겨냥해 나온 '기생충' 포스터. 송강호를 남우조연상 후보로 미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오스카가 봉 감독 골랐다는 분석도

영국 가디언은 '기생충'의 주요 부분 수상은 오스카에 가해진 그간의 비난과 무관하지 않다고 풀이했다. 가디언은 지난해 오스카 작품상의 유력 수상작으로 꼽혔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그린북'(피터 패럴리)에 자리를 내줬다는 점을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린북'은 인종간 편견을 극복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풀어낸 영화다. 그러나 백인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받으며 지난해 오스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디언은 "사람들은 2019년이 아닌 60년대에 더 어울리는 영화(그린북)에 상을 줌으로써 아카데미의 치열한 다양화 시도가 약해졌다고 느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은 기생충의 전례 없는 승리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스카는 포용성을 증명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다양성과 인종적 포용성, 혁신성을 증명해야 할 처지에 놓인 오스카가 봉 감독의 '기생충'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인 셈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