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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靑개입' 공소장 보나···2006년 양승태 판결은 허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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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의 비공개 결정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선 자유한국당이 법원으로부터 공소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자유한국당 강효상(왼쪽부터), 주광덕, 전희경, 곽상도, 정점식 의원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자유한국당 강효상(왼쪽부터), 주광덕, 전희경, 곽상도, 정점식 의원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하자 지난 5일 고발인 자격으로 법원에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법원을 통해 공소장 확보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법원은 지난 2016년 11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등에 관한 공소장을 공개한 바 있다.

형소법 35조 “고발인 재판 당사자 아니라 열람·등사 안 돼”

일부에선 형사소송법 제35조에 따라 고발인 자격으로 공소장 열람 및 등사를 신청한 한국당의 자격요건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35조는 소송 관련 서류와 증거를 피고인과 변호인만 볼 수 있다고 규정한다. 피고인의 법정대리인과 특별대리인, 피고인의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로서 피고인의 위임장, 신분관계를 증명하는 문서를 제출한 사람만 예외다. 고발인은 재판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열람·등사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당은 이날 고발인이 아닌 ‘피해당사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 명의로도 공소장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대법원 2006년 판결 “고소인 요구하면 공소장 공개해야”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고소인에게도 공소장이 공개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대법원은 2006년 5월 사건의 당사자뿐 아니라 고소인 등 관계자가 요구하면 공소장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당시 주심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었다.

해당 판결은 사건기록 등사 불허가 처분취소 소송으로 대법원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와 관련한 형소법 47조가 “고소인에게 공소제기 내용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형소법 47조는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이 “일반에게 공표되는 것을 금지하여 소송관계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서양속을 해하거나 재판에 대한 부당한 영향을 야기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라며 고소인에게 공소제기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재판받을 권리 침해해선 안 돼”

한편 법무부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6조와 11조를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한 근거로 제시했다. 제6조는 공소가 제기된 이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공개를 허용하면서도,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제11조는 공개할 수 있는 범위를 피고인, 죄명, 공소 사실 요지 등으로 명시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비공개 결정에 대해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청에 대해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 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공소장은 검찰에서 제출되고 나면 익명처리가 된 전문의 형태로 국회에 전달됐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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