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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안세영·신유빈, 도쿄 ‘소녀시대’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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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배드민턴 안세영. [연합뉴스]

배드민턴 안세영. [연합뉴스]

어리지만 결코 얕볼 수 없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하는 당찬 10대 태극전사다. ‘도마 공주’ 여서정(18·경기체고), ‘셔틀콕 천재’ 안세영(18·광주체고), ‘탁구 에이스’ 신유빈(16)이다. 여느 10대 소녀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경기장에 들어서면 눈빛도 몸 매무새도 달라진다. 아직 어리지만, 자신의 종목에서는 어엿한 국가대표팀 에이스다.

올림픽 메달 꿈꾸는 10대 선수들 #여, 아빠에 이어 올림픽메달 노려 #안, 지난 한 해 5개 국제대회 우승 #신, 올림픽예선 활약 16세 에이스

기계체조 여서정. [연합뉴스]

기계체조 여서정. [연합뉴스]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여서정은 ‘도마의 전설’ 여홍철 경희대 스포츠지도학 교수의 둘째 딸이다. 여교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은메달을 땄다. 여서정의 엄마 김채은 씨도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출신이다. 부모의 체조선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키는 1m50㎝로 작아도 탄탄한 몸에서 나오는 탄력과 체공력은 아버지를 빼닮았다. 어릴 때부터 ‘체조 신동’ 소리를 들었다. 기계체조의 다양한 종목 가운데에서도 특히 도마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그리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땄다.

아버지의 후광은 때론 부담이었다.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체조를 그만둘까 생각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응원으로 마음을 다잡았고, 무사히 대회를 마쳤다. 여서정은 “아시안게임 때는 정말 부담이 컸다. 많이 떨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부담부터 이겨야 한다. 아빠처럼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 메달은 절대 쉽지 않다. 여서정은 지난해 10월 세계선수권대회 도마에서 8위를 했다. 야심 차게 준비한 난도 6.2점의 신기술 ‘여서정(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2바퀴 비틀기)’을 시도했는데, 착지하다 주저앉았다. 그는 요즘 진천선수촌에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훈련이 힘들지만, 매일 버티고 있다. 올림픽에서 후회 없는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0대 선수들

10대 선수들

안세영은 ‘배드민턴 신동’이다. 취미로 배드민턴을 하는 부모를 따라 초등학교 1학년 때 입문했다.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키가 컸다. 장점인 큰 키(1m69㎝)를 앞세워 주니어 정상에 올랐다. 광주체중 3학년이던 2017년 말, 그는 선배들을 제치고 성인 대표팀에 뽑혔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32강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쓰디쓴 경험 덕분에 더욱 성장했다. 그해 말 대표선발전에서 9전 전승으로 태극마크를 유지했다.

2019년 안세영은 세계 배드민턴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5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세계 랭킹이 99위에서 9위로 수직 상승했다. 신인상도 받았다. 한국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성한국 전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안세영은 남자처럼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한다. 기존 여자 선수에게선 볼 수 없는 스타일이라 국제무대에서도 통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 1개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이번 올림픽에서 안세영에게 큰 기대를 건다. 생애 처음 쏟아지는 관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눈치다. 안재창 대표팀 감독이 “큰 선수가 되려면 이런 분위기를 이겨야 한다”고 다독인다. 안세영은 지난달 26일 태국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했다. 부담감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한국을 빛내려면 더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구 신유빈. [연합뉴스]

탁구 신유빈. [연합뉴스]

신유빈은 탁구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따라 걸음을 떼자마자 탁구 채를 손에 쥐었다. 그는 “친구들이 만화를 볼 때 나는 탁구 영상을 봤다. 만화보다 탁구 비디오가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5세이던 2009년 SBS 예능 ‘스타킹’에 출연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당시 어른 못지않은 탁구 실력을 보여줬다. 키 높이 테이블에 딱 붙어 한국 탁구의 ‘전설’ 현정화와 거침없이 랠리를 이어갔다.

어느새 키 1m68㎝로 자란 신유빈은 한국 탁구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지난해 역대 최연소(14세 11개월 16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체격이 좋은 데다 각종 기술이 성인 선수에 뒤지지 않는다. 포핸드 드라이브 등 공격이 위력적이다. 그는 지난달 도쿄올림픽 단체전 세계예선에서 실력을 활짝 뽐냈다. 한 팀만 올림픽 본선행 막차를 탈 수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와 이른바 ‘단두대 매치’를 벌였다. 그는 최효주와 짝을 이룬 1복식에서 프랑스의 스테파니 뢰이에트-지아난 유난 조에 3-1 역전승했다. 이어 4단식에 출전해 마리 미고를 3-0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그렇게 도쿄행을 확정했다.

신유빈은 탁구에 전념하기 위해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 입단을 결정했다. 일찌감치 탁구에 인생을 걸었어도 탁구 채를 놓으면 그 나이 때의 소녀다. 그룹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그는 ‘올림픽에서 잘하면 방탄소년단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설레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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