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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가짜뉴스에 이어 '가짜논문'까지…과학자들 반박

중앙일보

입력

중국 후베이성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환자를 임시 야전병원으로 옮기고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환자를 임시 야전병원으로 옮기고있다. [신화=연합뉴스]

'인포데믹(infodemic)'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정보 범람으로, 대중이 괴담과 사실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우려를 표하며 내놓은 단어다. 영어 단어 ‘인포메이션(informationㆍ정보)’과 ‘에피데믹(epidemicㆍ감염병 확산)’을 합친 것으로, ‘정보감염증’을 뜻한다. 그간 국내에도 각종 가짜뉴스가 나왔는데, 심지어 최근엔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중국이 에이즈ㆍ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난 것”이라는 괴담도 생겨났다.

이런 가짜 뉴스에 이어 ‘가짜 논문’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알카이브(bioRxiv)에는 신종 코로나의 유전자 일부분이 에이즈(HIV)와 같고, 이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인도 델리대와 인도공대 연구진이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 유전자 분석을 통해 HIV와 일치하는 염기서열 4개를 발견했고, 이는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 유전 정보에서는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없는 특이한 부분 4곳이 발견됐는데, 이 모두가 HIV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과학 논문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기이한(uncanny)’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염기서열 짧고 불규칙…믿을만한 근거 없어"

지난달 31일 인도 연구팀이 바이오알카이브에 신종 코로나와 HIV의 유전 정보 4 부분이 일치한다고 공개한 자료.

지난달 31일 인도 연구팀이 바이오알카이브에 신종 코로나와 HIV의 유전 정보 4 부분이 일치한다고 공개한 자료.

논문이 SNS 등을 중심으로 퍼지며 불안을 야기하자 세계 과학자들은 즉각 “신뢰할 수 없다”라며 이를 검증했다. 먼저 이 논문이 실린 바이오알카이브는 사이언스나 네이처와 같은 정식 학술지가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정식 학술지의 경우 학계 검증(peer review),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통과된 논문만 실릴 수 있는데, 바이오알카이브는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논문 초고도 올릴 수 있다. 이곳에 논문을 올린 것이 곧 과학적 근거가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HIV 간에 겹치는 염기서열이 너무 짧고 불규칙해 이를 인위적 조작의 근거로 신뢰할 수 없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아리 알레인 포이어 미국 미시간대 의대 계산의학및생물정보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 정도 길이의 염기서열은 다른 바이러스나 세균·원생생물·곰팡이 등과도 유사하게 겹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오히려 겹치는 염기서열만 따지고보면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과 훨씬 흡사하다”고 반박했다. HIV 유전 정보와 비슷한 부분에 대해서는 “HIV는 다른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에 HIV의 일부가 자연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바나 코너만 스탠포드 생화학 조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그들이 주장하는 유사성은 가짜”라며 “방금 확인해보니 그들이 주장하는 4개 중 하나만이 HIV와 유사하며, 그것마저도 염기서열의 길이가 너무 짧아서 신뢰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미국 과학전문지 STAT은 지난 3일 “피드백을 본 저자들이 해당 논문을 철회했다”며 “학자들의 빠른 반박 덕에 사이비 과학이 창궐하는걸 막았다”고 평가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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