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종코로나 발생없다" 이례적 발표에도···평양 마스크 행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 발생 가능성을 공식 부인했다.

북 보건성 국장 "감염증 발생하지 않았다" 공식 발표 #"감염증 예방에 한사람같이 떨쳐 나서야" 강조 #3일 평양~블라디보스토크 항공 노선 취소 #평양 시내엔 마스크 착용한 주민 행렬 이어져

송인범 북한 보건성 국장은 2일 오후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지금 우리나라(북한)에서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형 코로나 환자 발생 여부와 관련한 북한의 첫 공식 입장이다. 송 국장은 그러나 “안심하지 말고 모두가 공민적 자각을 안고 신형 코로나 비루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사업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신종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자'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싣고 마스크를 착용한 평양 주민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연일 주변국의 신종 코로나 환자 발생 동향을 전하며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신문은 3일 6개 면에 모두 29개의 기사를 실었는데 이 가운데 5개의 기사(4면 1개, 6면 4개)를 신종 코로나 관련 소식에 할애했다. 전체의 약 17% 수준으로, 지난달 22일 이후 2~3개의 기사를 싣던 데서 대폭 늘린 것이다. 신문은 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를 인용해 중국 후난성(湖南省) 소양시(邵陽市)에서 H5N1 조류독감이 발병했다는 소식을 별도로 전했다.

익명을 원한 고위탈북자는 “북한이 전염병과 관련한 소식을 노동신문에서 5개 이상 싣는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북한의 열악한 방역 설비와 약품 부족으로 인해 신종 코로나가 유입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가지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송인범 보건성 국장이 2일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예방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사진 연합뉴스, 조선중앙TV캡처]

신문은 또 북한은 ‘우리나라에 절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사업을 강도 높이 전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과 맞닿아 있는 평안북도를 비롯해 평양시 등 전국 각지에서 감염 예방을 위한 선전 및 조직적인 활동을 통해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공항과 항만에서 소독과 방역을 강화하고 적외선 열감지기를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13일 이후 외국에서 입국한 모든 사람을 별도로 관리(격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엔 어른과 아이 등 대부분의 주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걷고 있는 평양 거리의 사진도 게재했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고 자력갱생을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맞서자는 ‘정면돌파전’을 강조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정면돌파전의 방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전환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