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흑인지도자 8명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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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하네스버그 로이터·AFP=연합】남아프리카 흑인 민족주의 지도자 월터 시술루(77) 가 15일 투옥 26년 만에 남아공 당국에 의해 석방됐다.
이보다 앞서 14일부터 남아프리카의 수 개 도시에서 수 십만 명의 흑인들이 시술루를 비롯한 8명의 정치범 석방을 앞둔 대규모 축하시위를 벌였다. 현재 복역중인 ANC(아프카 민족회의)지도자 넬슨 만델라의 절친한 동료인 시술루와 이번에 석방되는 다른 정치범 7명중 6명은 지난 63년과 64년에 백인소수정권 전복음모 혐의로 각각 투옥됐다.
이들의 석방은 드 클레르크 대통령의 남아공 정부가 지금까지 취한 가장 과감한 개혁조치로 평가되며 만델라도 내년 초 석방될 것으로 널리 예측되고 있다.
이날 남아공 백인정부가 이들 정치범을 서둘러 석방한 이유는 사흘 뒤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영 연방회의에서 남아공 정부의 흑인 탄압문제가 주요 의제로 올라있고 그들의 인종분리 정책이 규탄의 대상이 될 것이 확실해 그 같은 분위기를 다소나마 누그러뜨려야겠다는 치밀한 속셈 때문이다.
한편 15일 석방된 시술루(77)와 7명의 다른 동료들은 감옥에서 풀려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프레데릭 드 클레르크 대통령에게 남아공이 안고 있는 근본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정부가 흑인대표들과의 협상 분위기를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하고 흑인 독립을 위한 그들의 투쟁을 계속해 갈 것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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