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폭주와 타인의 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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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강다리 입구마다 노란색 바탕으로 「추락주의」 경고 판이 붙어있는 모양은 우리 스스로도 그렇지만 외국인들이 알아본다면 창피스러운 일이다. 콘크리트 경계 턱과 폭 2m에 가까운 보도가 있고 그걸 넘어 철책까지 세워놓은 터에 차가 그 모든 장벽을 넘어 한강 물 속으로 추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사고는 드물지 않게 일어났고 경찰은 고육지책으로 그런 맹랑한 경고 판까지 걸어놓게 된 것이다.
이런 유의 사고는 대부분 음주운전자들의 무모한 질주에서 생겨난 것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버릇은 정면충돌 사고와 함께 다른 나라에서는 기네스 진기록집에나 날만큼 드문 일이다. 취중 운전자는 그나마 자신의 과실로 피해를 보게 되니 안됐지만 사필귀정으로 돌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취중운전의 경우 한사람의 과실은 자신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선의의 보행자와 술 한 방울 안 마시고 교통수칙을 성실히 지키는 다른 운전자의 차를 들이받아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재앙을 안겨주는 경우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런데도 그런 사고는 매일 일어나고 있다. 음주운전 습관은 기필코 고쳐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폭음과 폭주의 습성은 그 자체로서도 사회의 안녕 질서를 해치는 행위지만 이 두 악습이 겹쳐졌을 때는 치명적 사고를 일으킬 위험성이 매우 커진다는 사실은 교통사고 통계가 명백히 밝히고 있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햇 동안 음주운전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은 3만3천36건으로 2백3l명이 사망했다. 부상자까지 합치면 인명피해는 그보다 수십 배가 많을 것이며 실제 사고는 이 집계보다 훨씬 더 되리라는 것도 쉽게 짐작이 간다.
때문에 우리는 최근 검찰과 경찰이 합동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벌칙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발표는 때늦은 감은 있어도 대단히 잘한 일이라고 본다.
다른 교통사고는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많을지 모르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술을 안마시게 함으로써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일천한 자동차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당국이 시작한 음주운전 추방대책이 일과성으로 끝나지 않고 음주자는 으레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통념으로 굳어질 때까지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우리는 두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음주운전자에 대한 벌칙 강화와 함께 해당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의무화시키자는 것이다.
외국의 예처럼 음주운전자에 대해서는 교통사고의 처참한 현장과 유가족들의 통곡을 담은 비디오를 일정기간 관람토록 하는 의무를 벌칙의 한 부분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음주운전을 엄벌하는 것은 재발을 방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이상 그와 같은 의무교육은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운전자들에게도 음주운전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널리 인식시키는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번 대책에서 음주운전의 전과에 따라 허용 음주량을 다르게 정한 것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많고 형평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정하고 처벌정도를 다양화하라는 것이다.
자동차가 이제는 생활의 필수품처럼 되어가고 있는 이 시기에 자신은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안전한 운전풍습을 사회적으로 정착시키는 문제는 전반적 자동차 문화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도 서둘러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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