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학생은 출석금지" 이탈리아 음대의 바이러스 대응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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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의 공연 무대. 이 학교는 세계적으로 유서 깊은 음악대학으로 꼽힌다. [산타체칠리아음악원 홈페이지]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의 공연 무대. 이 학교는 세계적으로 유서 깊은 음악대학으로 꼽힌다. [산타체칠리아음악원 홈페이지]

이탈리아의 한 음악대학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수업 출석을 강제로 금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겠다며 한국을 포함한 모든 아시아계 학생들에겐 수업에 나오지 말라는 결정을 내리면서다. 이 학교엔 현재 33명의 한국 학생이 재학 중이다.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최근 로베르토 줄리아니 원장 명의로 소속 교수 160명에 e메일을 보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수업에 아시아계 학생들을 출석시키지 말라"는 내용이다. 학교 측은 또 해당 메일에서 "다음 달 5일 2시 의사가 왕진할 예정이고, 검진을 통과한 학생만 수업 참석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일을 받은 교수 중 일부는 학교 측 대응이 과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단지 국적만으로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게 공정하지 못하단 것이다.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했고 한국·일본을 넘어 유럽과 미국까지 확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럽으로도 확산하면서 유럽 각국도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베를린 공항에서 지난 28일 승객들이 바이러스 관련 경고문 앞에 앉아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럽으로도 확산하면서 유럽 각국도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베를린 공항에서 지난 28일 승객들이 바이러스 관련 경고문 앞에 앉아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학교가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이는 공포를 확산하고 학생들을 차별하는 조치"라고 공개 반발했다. 한 중국인 학생은 "수업에 참석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1566년 개교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역사가 깊은 곳으로 각국에서 유학온 학생들도 다수다. 현재 42개국 1355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이 중 81명이 아시아계다. 이중에선 한국 학생이 33명으로 가장 많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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