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에 얽힌 5가지 에피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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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분의 1을 뜻하는 0.1%는 우리가 일상에서 다루는 숫자 가운데 가장 작은 단위. 0.1%를 우리말로 푼 ‘천에 하나’라는 말은 매우 희귀하다는 뜻. 별것 아닌 것 같은 숫자인데도, 유독 수많은 에피소드가 숨겨져 있다. 0.1%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고, 0.1%에 포함되는 바람에 삶을 위협받기도 한다. 0.1%에 관련된 에피소드 5가지를 소개한다.

■ 당신과 나의 차이는 불과 0.1%

인간과 원숭이의 유전자를 비교하면 5%정도 다르다. 오랑우탄과는 3.6%, 고릴라와는 2.3%, 그리고 침팬지와는 1.2%만 다르다.

사람들마다 유전자 배열이라는 생명의 책에 기록된 정보가 조금씩 다른데,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약 1000개의 글자마다 1개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만일 지구상의 두 사람을 임의로 선정해서 각각의 게놈을 완벽히 구명하면 약 99.9%가 동일하고 0.1%가 다를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0.1%의 차이가 너와 내가 다른 경계선인 셈이다.

동양인 중에서도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과 0.00586% 차이가 난다. 0.00586%의 DNA가 바로 한국인 고유의 유전자다.

■ 기업과 상품의 ‘요단강’, 0.1%

한국에서 매년 시장에 새로 나오는 상품이 2만여 가지라고 치면 그 가운데 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제품은 200여가지다. 새 제품이 성공할 확률은 1%인 셈. 3년 동안 꾸준하게 잘 팔리는 스테디 셀러 상품은 0.1% 밖에 안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온라인 광고가 소비자의 마우스에 의해 선택되는 확률도 마찬가지. 일반 온라인 매체(포털사이트 포함)의 기본적인 광고 형태인 배너 및 텍스트 광고의 평균 클릭율은 0.1%밖에 안된다.

한국개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1994년 5만6472개 중소 제조업체 중에서 10년 후인 2003년 말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25%(1만4315개)다. 이들 중에서 종업원 300명 이상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75개(0.1%)뿐이다.

벤처기업은 이보다 더 어렵다. 벤처기업이 살아남을 확률이 일반기업의 10분의 1이하라고 본다면 10년 이상 유지하는 벤처기업은 고작 0.1%이다.

■ 0.1%에 웃는 기업들

주류업체 진로는 리뉴얼된 ‘참이슬’을 선보이며 타사 제품보다 알코올도수 0.1도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요즘 유행대로 알코올도수를 낮추게 되면 자칫 물맛이 짙어지며 소주 본래의 맛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돼 0.1도를 고집했다. 참이슬은 매달 지속적인 판매 증가로 올 상반기 누계 판매량 100억병을 돌파했다.

천연소재 명품빗 쇼핑몰 미소(www.dailycomb.com) 역시 출발부터 대한민국 0.1% 마케팅을 고집했다. 빗은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지만 하찮게 여기는 생활용품. 하지만 한국인에겐 수천년 이어져온 빗 문화가 있다는 점에 착안, 약으로 쓰일 많큼 좋은 재질을 첨단 디자인으로 구성한 명품빗을 내놓아 성황리에 판매중이다. 예측대로 대한민국 0.1%가 명품빗을 쓴다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명품 두부를 생산하는 평창토푸 역시 0.1% 마케팅으로 빛을 보고 있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전두부(비지를 빼지않고 콩을 통째로 갈아서 만든 고급 두부)를 만들어 VIP회원의 가정까지 택배해 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판매한다. 종업원 10명도 채 안되지만 올해 매출목표 12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 '파레토의 법칙'을 무력화시킨 0.1%

마케팅에서 '파레토의 법칙'이란 게 있다. 상위 20% 고객이 수익 80%를 올려 준다는 것이다. 이 20대 80 원칙을 활용한 마케팅이 바로 VIP 마케팅이다. 그러나 최근엔 파레토 법칙도 흘러간 옛노래다. 20%가 아닌 5%, 더 나아가 1%에서 0.1%로 최상위 타깃이 좁혀졌다. 이름하여 Very Important Person(VIP=매우 중요한 분) 앞에 Very를 더 붙인 VVIP.

메릴린치증권의 ‘세계부자보고서’는 한국에서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가진 갑부는 5만명으로 추산했다. 금융자산 비중을 30%로 계산하면 이들의 재산규모는 40억원이 넘는다. 이들의 국민 대비 비율은 0.1%이지만 영향력은 대단하다. 백화점에서 VVIP를 잡기 위해 특별 전용룸을 마련하는 일은 이제 다반사다. 심지어 1명을 모셔다놓고 패션쇼를 열기도 한다.명품업계는 연간 구매액 1억원 이상을 VVIP로 대접한다.

■10억인의 삶을 위협하는 사막화 비율 0.1%

지난 반세기 동안 전세계적으로 900만㎢가 사막화되었고 현재 최소한 20만㎢가 매년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바다와 하천을 제외한 지구 땅의 0.1%씩이 해마다 생명력을 잃는다는 얘기.사막화 위협은 지구 전체 지표면의 3분의 1에 영향을 끼쳐 100여 나라에서 10억이 넘는 인구가 건강과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아프리카, 아라비아 반도와 멕시코, 칠레, 중국, 인도,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스페인 등도 사막화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들 나라가 사막화를 저지하기 위해 연간 42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것으로 유엔은 추산한다.

한국도 이웃 중국의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탓에 사막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중국의 경우 국토의 27%가 이미 사막화로 황폐해졌다. 이 때문에 황사가 한국을 찾는 날도 1990년 3일(서울 기준)에서 2005년 13일로 크게 늘었다.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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