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한폐렴 백신 시판까지 짧아도 수년…돌연변이 많아 난관

중앙일보

입력

28일 중국 장쑤성 양저우시의 한 업체가 의료 폐기물을 처리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28일 중국 장쑤성 양저우시의 한 업체가 의료 폐기물을 처리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감염자 수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바이러스에 맞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에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바이러스 염기서열 공개 #연구개발용 자금조달도 시작돼 #홍콩선 "백신 개발 성공" 주장도 #당장 감염자에게 투여할 순 없어 #인수공통 전염병 갈수록 확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할 백신은 언제쯤 만들어질 수 있을까. 미국ㆍ중국ㆍ호주 등 전세계 연구기관은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나섰다. 이들은 지난 10일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확인해 전 세계 연구진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DNA 차원에서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는 작업이다. 덕분에 환자에게서 체취한 바이러스 샘플이 없더라도 이 유전자 코드를 활용하면 백신 개발을 할 수 있다.

연구개발(R&D)을 위한 자금 조달에는 세계가 나섰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공공ㆍ민간 공동기구인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백신을 개발하는데 총 1250만 달러(약 약 147억)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호주 퀸즈랜드대학, 나스닥 상장 민간 의료기업들이 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됐다.
안토니 파우시 NIAID 이사는 “3개월 안에 초기 임상 1단계를 진행할 수 있을만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곳도 나왔다. 2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유엔궉융 홍콩대 의대 교수팀의 백신 개발 성과를 보도했다. 이들은 인플루엔자 백신의 항체 구조를 일부 변형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을 인식할 수 있게 바꾸는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개발 성공해도 넘어야 할 산 많아" 

호주 멜버른 도허티 연구소에서 우한 폐렴 감염자로부터 얻은 시료로부터 원인 바이러스 2019-nCoV를 분리·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멜버른 도허티 연구소에서 우한 폐렴 감염자로부터 얻은 시료로부터 원인 바이러스 2019-nCoV를 분리·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당장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바이러스 감염자에게 투입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백신 시판까지는 아무리 짧아도 수 년이 걸린다. 일단 1차 시험에 적합한 동물을 찾아야하고, 이후 임상시험에 자원할 사람도 모집해야한다. 여기까지 최소 1년은 소요되는데, 이후 보건 당국의 승인 절차도 길게는 수 년이 걸린다.

2014년 대규모 감염을 일으킨 에볼라 바이러스의 백신에 대한 FDA 승인도 최초 임상시험이 성공한지 5년이 지난 지난해 12월에야 났다. NIAID도 사스 감염 사태 당시 백신을 개발해 임상 단계까지 진행했으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 또한 시들해져 상업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백신이 임상 실험을 통과해 제조사가 생산을 확대할 때 쯤에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DNA가 아닌 리보핵산(RNA) 계열 바이러스에 속한 것도 백신 개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RNA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수를 늘리기 위해 유전정보를 빠르게 변화시켜 복제하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 이 때문에 백신이 개발돼도 변이가 일어나는 시점에서는 이미 소용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RNA는 변이가 쉽게 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백신을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대표적인 RNA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독감)의 경우 비교적 백신을 만들기 쉬운 구조임에도 유행하는 시기에 맞춰 생산해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이송하고있다. [AFP=연합뉴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이송하고있다. [AFP=연합뉴스]

"인수공통전염병 점점 늘고있어" 

코로나바이러스ㆍ에볼라ㆍSARSㆍ메르스 등 잊을만하면 생겨나고 있는 이런 급성 신종 전염병들은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라 부른다. 동물이 가진 전염병이 사람에게도 옮겨오는 경우다. 과거에도 인수공통전염병이 있었다. 홍역ㆍ결핵ㆍ 천연두 등은 소에서 유래했고, 백일해나 인플루엔자는 돼지가 기원이다. 인류가 야생동물을 가까이 데려와 가축화하면서 사람에게 옮겨온 질병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과거엔 없었으나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신종 전염병 역시 인류 문명 진화의 부작용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손쉽고 빠르게 세계를 여행하게 되면서,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서 소규모로 발생하던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이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인구 밀도가 높아지고 동물과 사람의 생활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동물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침투할 기회가 늘어났다"며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령인구나 만성질환자가 늘어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행이나 살아있는 동물의 교역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