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계의 새 물결] 서구의 왜곡된 시선 우리도 닮진 않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오리엔탈리즘'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의 문명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가 최근 타계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말은 본래 동양에 대한 서양 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일반적으로 지칭했던 용어였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인 사이드는 이 용어를 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비판하는 데 사용했다. 사이드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에 의해 만들어진 동양의 이미지와 관점'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이제 사이드 사후(死後)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은 어디로 향해 갈 것인가.

사이드식의 비판적 시각은 학술 영역은 물론 소설.영화.TV 등 문화 상품 전반에 대한 비평으로 확대됐다. 지금까지 무심코 보던 서구의 소설과 영화도 혹시 '오리엔탈리즘'이 반영된 작품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한 번쯤 던져보게끔 되었다.

나아가 서구가 비서구를 왜곡했다면, 비서구는 서구를 제대로 보았나 하는 역질문도 가능할 듯하다. 이른바 '옥시덴탈리즘'에 대한 비판이다.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은 사실 동전의 양면 같은 기능을 하며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공존의 가치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구에 의해 규정당했던 우리 자신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진 제3세계 지역을 서구에서 배운 그 잣대로 규정하는 것은 아닌지도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푸른역사 출판)을 펴낸 이옥순 교수는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 이후 서양의 절대적 권위를 벗어나 동양의 상대적 진리를 응시하면서, 궁극적으로 양측의 동질성에 주목하는 다양한 연구와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배영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