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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샷 될까요?” “지원 유세도”이낙연 마케팅 펴는 與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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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4·15 총선 공동 상임 선대위원장직 수락과 함께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4·15 총선 공동 상임 선대위원장직 수락과 함께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 더불어민주당 총선 입후보자 전·현직 의원 교육연수가 진행된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 휴식 시간 틈틈이 이낙연 전 총리 주위로 민주당 의원들이 몰려들었다. 두 사람이 나오는 투샷 사진을 찍어두기 위한 행렬이었다. 일부 의원은 연수를 마친 뒤 이 전 총리에게 다가가 “함께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다. 이 전 총리와 찍은 사진은 며칠 뒤 글과 함께 의원들 각자의 페이스북에 게시됐다.

#2.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 중랑구 자신의 선거사무실 옥상에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각각 대형 현수막으로 만들어 내걸었다. 서 의원은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총리의 안정감을 유권자들이 좋아하시기 때문이고 선거운동을 도와주신 인연도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2002년 민주당 전신인 새천년민주당 여성국 부국장으로 있을 때부터 당시 당 대변인으로 있던 이 전 총리와 인연을 이어왔다.

“이낙연=호남 표심”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서울 중랑구 소재 선거사무소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함께 찍은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영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서울 중랑구 소재 선거사무소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함께 찍은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영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이낙연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총리의 국정운영 경륜과 안정감 등 후광 효과를 기대한다는 계산에서다.

총선에서 특히 호남 표심 공략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총리와 둘이 함께 있는 사진 한 장만으로도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16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선 이 전 총리가 24%로 1위였고, 이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9%),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4%), 이재명 경기지사(3%), 박원순 서울시장·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2%) 순이었다. 호남에서 이 전 총리 지지율은 46%로 두드러졌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뒤 지난 22일 교육연수장에서 이 전 총리와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손금주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호남 대권 주자다 보니 유권자들의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남은 유력 대권 주자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를 하는 지역이니까 총선에서 이 전 총리와 가까운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인구가 많은 수도권 일부 지역구에서도 이 전 총리와의 인연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민주당 출마자들이 나오고 있다. 경기 용인갑 지역에 출마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이 전 총리를 예비후보 후원회장으로 위촉하면서 “이 전 총리를 후원회장으로 모시겠다고 일찌감치 러브콜을 보냈다”고 했다.

알고 보면, 경선 험지?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민주당 총선 입후보자 연수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유승희 의원 페이스북 캡처]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민주당 총선 입후보자 연수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유승희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 전 총리와 친분을 드러낸 이들 가운데는 당내 후보 경선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이들도 있다. 최근 이 전 총리와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놓고 홍보한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서울 성북구청장을 두 차례 지낸 김영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서울 성북갑 경선에서 맞붙는다. 성북갑은 서울에서도 호남 인구가 많고 호남향우회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호남 표심을 얻지 못하면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보니, ‘이낙연 효과’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6선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 전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저와 이 전 총리는 대학(서울대) 동창”이라고 썼다. 이 의원은 지역구 경기 안양동안갑에서 현역 비례대표인 권미혁 의원의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총리에게 지원 유세도 부탁드려놨다”고 말했다.

이훈 민주당 의원이 4일 가산동 G밸리에 위치한 메이커스페이스 등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이훈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훈 민주당 의원이 4일 가산동 G밸리에 위치한 메이커스페이스 등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이훈 의원 페이스북 캡처]

당 안팎에선 후보자의 정책 비전이나 지역 공약 등 경쟁력을 내세우기보다 유력 인사와의 친분을 앞세운 마케팅 방식에 대한 비판이 없지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4년간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고 지역표밭을 잘 다졌다면 굳이 유명 인사를 모실 필요도 없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한 문재인 마케팅에 대한 당내 반감도 있듯이 특정 인사를 활용한 선거 마케팅이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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