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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입던 영어 티셔츠 봤다” 성추행 야구부 코치에 징역3년

중앙일보

입력

폭력 이미지. [일러스트 강일구]

폭력 이미지. [일러스트 강일구]

자신이 지도하던 중학교 야구부 남자 제자를 성추행한 20대 코치가 1심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코치는 "제자와 그 부모가 나를 쫓아내려고 거짓말을 꾸몄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무고할 이유가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전주지법, 준강제추행·유사성행위 유죄 선고 #야구부 숙소서 잠자던 13살 선수 추행 혐의 #20대 코치 "성폭력 저지르지 않았다" 부인 #"야동 등 모방해 거짓말했을 수도…" 주장 #재판부 "인상착의 등 피해자 진술 일관돼"

전주지법 형사1부(부장 고승환)는 지난 22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준강제추행·유사성행위)로 기소된 전직 야구부 코치 B씨(26)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신상 정보 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3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일명 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B코치는 지난해 5월 14일과 29일 오전 전북 지역 모 중학교 야구부 숙소에서 혼자 잠자던 중학교 2학년 A군(당시 만 13세)의 신체 일부를 만지고 강제로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B코치는 범행 직후 A군에게 "외로워서 그랬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위험해진다"고 협박했다.

야구 이미지. [일간스포츠]

야구 이미지. [일간스포츠]

B코치는 재판 내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A군)의 진술은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의 인상착의와 복장, 각 범행이 이뤄진 시기와 장소, 피고인과 나눈 대화 등에 대해 일관되고 자연스럽게 진술했다"는 이유에서다.

첫 범행이 있을 때는 A군이 B코치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A군은 경찰에서 "발에 물이 닿는 듯한 미끈미끈한 느낌이 들어 살짝 눈을 떠 보니 덩치 큰 사람이 수건을 덮어쓰고 음란 행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A군은 "당시 같이 숙소에서 생활하던 야구부 선배나 막내 코치라 하기에는 덩치가 커서 가장 체형이 유사한 B코치를 의심했지만 정확하게 얼굴을 본 것이 아니라 부모님께 당장 알리지는 못했다"고 했다. 재판부도 "피고인은 키 190㎝, 110㎏ 정도의 건장한 체격으로 당시 숙소에서 거주한 코치나 중학교 3학년 학생과는 체격적인 면에서 차이가 상당하다"며 A군 진술에 무게를 뒀다.

A군은 B코치가 자신을 다시 추행할 때 얼굴을 봤다. 그러면서 "당시 B코치는 평소 잘 때 입는 옷을 입고 있었다. 영어가 쓰여 있는 파란색 반팔 티와 검정색 반바지였다"고 설명했다. "A군의 담요와 이불 등 10여 군데에서 B코치의 정액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도 A군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됐다.

B코치 변호인은 "당시 야구부 감독이 공석이어서 피해자(A군)를 비롯한 일부 야구 선수 부모들이 다른 감독이 선임되기를 원해 피고인(B코치) 등 현 코치진을 물러나게 하기 위한 악의적 의도에서 A군이 피해 사실을 거짓으로 꾸몄다"고 주장했다. B코치는 최후 변론에서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을 쉽게 접하다 보니 야동이나 성범죄를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A군도 거짓말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도 아닌 수석코치가 야구부 감독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피해자가 스스로 또는 부모님의 관여 하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허위로 진술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야구 이미지. [중앙포토]

야구 이미지. [중앙포토]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이 지도하는 제자를 대상으로 범행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서로의 지위나 나이 등을 볼 때 피해자가 범행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다만 피고인이 이전에 아무런 형사처벌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A군 아버지는 "B코치는 그동안 '잘못했다'고 반성하거나 '죄송하다'며 사과한 적이 없다"며 "스승이라면 최소한 아이한테 '미안하다'는 얘기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결심 공판에서 B코치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한 검찰은 28일 "형이 너무 낮다"며 항소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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