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사흘에 1개 생기는데···12조 들여 10개 늘린다는 정부

중앙일보

입력 2020.01.29 05:00

유니콘, 성장의 상징이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정부는 2022년까지 12조원을 투자해 현재 10개인 유니콘 기업을 2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전세계 유니콘은 몇 개나 될까, 유니콘을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어디일까. 유니콘을 꾸준히 추적한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를 활용해 '유니콘의 시대'를 분석해봤다.

한국의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인 쿠팡. [사진 쿠팡]

한국의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인 쿠팡. [사진 쿠팡]

①3.5일에 1개씩...7년 전보다 11배 증가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8일 현재 445개 기업이 유니콘 리스트에 올라있다. 이 중 127곳(29%)이 지난해 새롭게 유니콘이 됐다. 2018년 선정 기업은 131곳이다. 올해도 벌써 8곳이 신규 유니콘에 올랐다. 최근 2년을 놓고보면 사흘(3.5일)에 1개꼴로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유니콘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벤처캐피탈 카우보이벤처스의 설립자 에일린 리가 2013년 처음 사용했다. 원래 엄청난 몸값을 지닌 스타트업이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처럼 보기 드물다는 뜻에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니콘이 흔해졌다. 2013년 39곳이던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7년 만에 11배 늘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붕괴한 이후 10년 넘게 잠잠하던 벤처투자가 2013년을 기점으로 활발해졌다"며 "최근 들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기존 산업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을 거둔 벤처투자가 늘면서 시장의 기대도 높아졌다. 크라우드펀딩 등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투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워진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②중국 유니콘 106개? 187개?...기관마다 제각각

조사기관별 유니콘 기업 국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조사기관별 유니콘 기업 국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유니콘 기업을 발표하는 시장조사기관은 CB인사이츠 외에도 미국의 크런치베이스, 중국의 부자연구소인 후룬(胡潤)연구원 등이 있다. 선정 기준은 조사기관마다 제각각이다. 크런치베이스의 유니콘은 CB인사이츠보다 123곳 많은 568곳이다. CB인사이츠의 중국 유니콘은 전체의 23.8%(106곳)인데 반해 크런치베이스에서는 32.9%(187곳)가 중국 유니콘이다. 후룬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집계한 국가별 유니콘 기업 수에서는 중국이 206개로 미국(203개)을 제친 것으로 나타기도 했다.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되는 한국 기업은 CB인사이츠와 크런치베이스 모두 10곳이다. 하지만 크런치베이스에는 CB인사이츠에 포함된 바이오기업 에이프로젠 대신 이커머스 기업 티몬이 올라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국내 정부기관에서는 CB인사이츠의 자료를 활용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조사기관들은 보통 투자액을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데, 투자액의 인정 기준이 조사기관마다 다를 수 있다"며 "글로벌 기준이 되는 미국의 조사결과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③국가 지원받는 중국, 데카콘만 6곳  

CB인사이츠에서는 유니콘 기업의 분야를 16개로 나눴다. 핀테크 스타트업이 60곳으로 가장 많다. 이커머스(54곳)-인터넷서비스(54곳)-인공지능(46곳) 순이다. 미국 유니콘은 인터넷 서비스(43곳)-핀테크(30곳), 중국은 이커머스(21곳)-인공지능(12곳) 순이다. 한국은 쿠팡, 위메프, 무신사 등 이커머스 기업이 3곳으로 가장 많다.

최근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에 지분을 매각한 '배달의민족'(기업명 우아한형제들)은 유니콘 명단에서 빠졌다. 사진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사진 중앙포토]

최근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에 지분을 매각한 '배달의민족'(기업명 우아한형제들)은 유니콘 명단에서 빠졌다. 사진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사진 중앙포토]

기업가치가 유니콘의 10배 이상인 기업을 데카콘이라 부른다. 기업가치 100억 달러(11조 7000억원) 이상인 유니콘, 즉 데카콘은 총 23곳이다. 미국이 11곳이고, 중국이 6곳이다.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 1, 2위는 모두 중국 기업이다. 정 교수는 "중국에서는 기술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1위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서비스하는 바이트댄스(750억 달러), 2위는 '중국의 우버' 디디추싱(560억 달러)이다. 아시아 데카콘은 중국(6곳)을 포함해 인도 2곳, 인도네시아·싱가포르 1곳 등 10곳이다. 한국에선 쿠팡의 기업가치가 90억 달러(약 10조 500억원)로 가장 높다.

④한국 10곳 중 5곳 적자  

‘5곳이 적자 ’한국의 유니콘 기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5곳이 적자 ’한국의 유니콘 기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유니콘 기업이 잇달아 등장하자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육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니콘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병태 교수는 "유니콘 타이틀을 갖게 되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고 추가 투자를 받기 유리해진다"며 "기업 존립이 위태로운 기업이 유니콘으로 대접받는 경우도 있는데,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유니콘 10곳 가운데 5곳이 적자(2018년 기준 영업손실)다. 또 전 세계적으로 유니콘의 최소 기준인 기업가치 1억 달러 기업이 전체의 33%(146개)나 된다. 익명을 요청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정부는 규제개혁을 통해 새로운 실험이 일어나게 하고, 기초과학에 투자해 인적자산 확보에 나서야 한다. 단기에 몇 개의 유니콘을 만들겠다는 육성 정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니콘 타이틀 자체에 연연하기 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숫자로 보는 유니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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