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포 있는 어린이집 결석률 80%···영등포·구로 슬픈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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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네번째 확진자가 평택 지역에서 나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임시 휴원에 들어간 2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우한폐렴과 관련해 휴원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뉴스1]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네번째 확진자가 평택 지역에서 나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임시 휴원에 들어간 2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우한폐렴과 관련해 휴원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뉴스1]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가 중국동포에 대한 무분별한 경계로 이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난 28일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맡겨야 하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중국동포 자녀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원을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특히 중국동포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나 구로구 등의 맘카페에서는 이와 비슷한 취지의 내용의 글에 동의하거나 지지하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동포 있는 어린이집 결석률 80%" 

구로구의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28일 “아이 어린이집에 조선족(중국동포) 한 명이 있는데…어린이집에 보내야 할지 걱정이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또 다른 게시글에도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중국에서 온 친구가 많아 걱정된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중국 가정에서 아이를 안 보내는 게 맞다” “XX동 사는 주민인데 이사 가고 싶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등포구의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이날 오전 손자를 대림동의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온 임모(59)씨는 “손자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생 절반 정도가 중국동포 자녀들이라 걱정이 되긴 한다”고 말했다. 딸과 마스크를 쓰고 등원한 30대 학부모도 “아이를 등원시킬지 말지는 중국인 부모의 자유겠지만, 나라면 주위 시선을 의식해 안 보낼 것 같다”며 “어린이집에서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100% 신뢰하기는 어렵지 않나”라고 말했다.

원생 중 중국동포가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결석률도 높았다. 대림동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어제(27일) 학부모들에게 예방 대책을 공지했는데도 오늘 등원을 안 한 원생이 70~80%에 달했다”고 말했다.

"전염병, 혐오가 아니라 방역·검역 강화로 대응해야" 

한 맘카페에 중국동포 아이들의 등원을 우려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한 맘카페에 중국동포 아이들의 등원을 우려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걱정하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이번 사태가 특정 국가나 국민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동포의 경우 단순히 중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바이러스 위험군’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이다.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 곽재석 원장은 “중국동포들이 위생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고정관념”이라며 “전염병에 대해 특정 민족을 두고 감정적으로 반응할 게 아니라 방역과 검역 체계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번갈아 연차 쓰는 맞벌이 부부…"언제까지 가능할지"

한편 중국동포와 별개로 아예 사람이 많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수 없다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설 연휴 이후 첫 출근일인 이날 한쪽이 연차까지 쓰면서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았다. 맞벌이 부부인 김모(36)씨는“오늘 하루는 내가 쉬고 내일은 남편이 쉬기로 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라며 “어린 아이까지 감염이 됐다는 뉴스를 보니 함부로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측에서는 구청 지침대로 등원하는 아이들의 체온을 재고, 연휴 기간 해외 여행에 다녀왔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또 일부 어린이집 등에서는 해외 여행을 다녀온 아이의 경우 1주일 정도 등원을 자제해달라는 요청 안내를 보내기도 했다.

박건·이후연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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