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채시험 같은 날은 피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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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우리사회에서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대졸 취업문제다. 몇 년간의 대졸취업비율은 전체적으로는 60%선이나 순수 취업률은 40%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고등실업자의 양산이 심각함을 반영해주고 있다.
금년 하반기에도 원화절상·수출부진·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30대 재벌들의 사원채용규모는 작년보다 6.4%나 줄어든 1만6천 여명인데 비해 취업 희망자수는 군제대자와 취업재수생을 합쳐 22만 여명에 이르러 경쟁률이 14대 1에 달함으로써 가위「취업전쟁」이나「취업비상사태」를 방불케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각 기업들의 사원채용계획을 보고 개선돼야 할 점을 제시코자 한다.
첫째, 한결같은 대기업들의 동시 시험실시를 지양했으면 한다. 물론 중복 응시를 막고 허수의 경쟁률을 방지하는 장점도 있지만 자칫 공평한 취업기회를 박탈당할 우려가 있어 우수한 자질과 능력의 소유자를 사장시킴으로써 국가나 기업의 입장에서도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채용방식을 필기시험과 면접으로 했으면 한다. 수년 전에 비하면 필기전형을 보는 기업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기업체들이 서류전형과 면접 또는 추천과 면접으로 대부분 일류대학 출신자만 선발함으로써 특히 지방대학의 우수한 학생들은 응시기회조차 박탈당하기 때문에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셋째, 모집분야가 아직도 일부 인기학과에만 제한되어 있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체는 상경계·법정계·외국어전공·공과계에 국한해 모집하는데 좀더 전공문호를 개방하여 응시기회를 줌으로써 인재를 널리 등용하고 완전 공개경쟁시험이 되도록 개선되어야한다.
넷째, 대부분의 기업체들이 현행 27∼28세의 연령제한을 몇 세 늘려 주었으면 한다. 우리의 높은 교육열과 고학력을 요구하는 사회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는 상당수의 만학도 들이 있는 현실에 비춰 제한연령을 높여야한다.
다섯째, 여성의 채용문호도 확대돼야 한다. 아직도 응시자격을 남자에 제한하거나 자격은 주되 실제로는 여성채용을 꺼리는 기업이 많다.
우리사회도 여성고급인력의 사회참여를 확대함으로써 남녀고용평등법의 확대실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제 우리의 채용방식도 종래의 학벌·학연이나 지연에서 벗어나 능력과 자질을 바탕으로 한 인물위주가 되어야겠다. 정부에서도 국가차원의 장기적인 고용대책에 만전을 기해야한다.
우정렬<부산시 사하구 괴정3동 240의80 34통2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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