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팔꿈치 재채기가 예절? 대체 근거 뭔가" 우한폐렴 팩트체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2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한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NBC 뉴스 유튜브 캡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2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한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NBC 뉴스 유튜브 캡처]

알아야 산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그렇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27일(현지시간) 현재 확진자가 5명으로 집계됐고, 70여명이 판정을 기다리고 있어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독일ㆍ프랑스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무조건적 공포가 아닌 정확한 이해를 도모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관련 보도와 분석을 종합해 정리했다.

2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행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뉴스1]

2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행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뉴스1]

① 2019-nCoV: 우한 폐렴의 진짜 이름  

호주 정부가 마련한 팩트 모음집에 따르면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호주 정부는 대신 이 변종 바이러스를 일컫는 과학 용어인 ‘2019-nCoV’ 또는 ‘노벨(novelㆍ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019’를 채택했다. 모두 ‘2019년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의미다.

‘코로나(corona)’는 광환(廣環), 즉 태양과 같은 둥근 행성을 둘러싼 빛의 둥근 테를 의미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둥근 공과 같은 모양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7일 기자회견에서 2019-nCoV의 확대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 바이러스는 생김새 자체는 악독하지는 않은데 괴상망측하게 생겼고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피터 린 의학박사. [CBC 뉴스 유튜브 캡처]

피터 린 의학박사. [CBC 뉴스 유튜브 캡처]

캐나다의 바이러스 연구 권위자인 피터 린 의학박사는 캐나다 국영방송 CBC에 27일 출연해 “노란 테니스공에 뿔(spike)이 여러 개 돋은 걸 상상해보라”며 “그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생김새”라고 설명했다. 이 바이러스가 무서운 건 이 뿔 때문이다. 린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뿔이 돋아나면서 변종이 생겼고, 이 뿔이 우리 신체 내로 침투하면 폐에 안착해 우리 몸을 자기 바이러스의 증식 숙주로 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최선은? 이 뿔 달린 변종 바이러스가 내 몸 속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② 마스크 맹신은 금물, 기침 에티켓도 틀렸다  

28일 대기질은 오랜만에 전국적으로 ‘좋음’을 기록했지만 설 연휴 끝 출근길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이 효과가 있긴 한 걸까.

세계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 하이난 지역의 모습. [AFP=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 하이난 지역의 모습. [AFP=연합뉴스]

린 박사에 따르면 “효과는 있지만 맹신은 금물”이다. 그는 “종이 재질로 된 마스크는 어떤 종류라고 해도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마스크를 쓰는 것 만으로 이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을 수는 절대로 없다”고 경고했다. 최악은 썼던 마스크를 재사용하거나, 천 재질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내가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내 입김에서 나온 습기가 마스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린 박사는 “습기가 남은 마스크는 바이러스 침투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쓰는 게 안 쓰는 것보다는 나은 이유. 100% 예방은 할 수 없어도 적어도 내 손에 묻어있는 바이러스를 내 코와 입 등 호흡기로 침투시키는 건 막을 수 있어서라고 한다. 린 박사는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에선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여러 장소에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며 “나도 모르게 내 손에 묻은 바이러스를 무심결에 얼굴을 만지면서 자신에게 침투시키는 걸 마스크가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에선 “재채기가 나올 경우 자신의 팔로 막고 하는 게 예절”이라는 기침 에티켓 캠페인이 한창이다. 그러나 린 박사는 “대체 그런 믿음의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며 “내 소매엔 이미 수많은 균이 묻어있는데, 재채기를 그 소매에 대고 하면 그 균을 들이마시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깨끗한 휴지를 상비해 다니면서 그 휴지에 재채기를 하고, 바로 그 휴지를 폐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재채기는 나오는 데 휴지를 구할 상황이 못 된다면 팔로 입을 막는 게 남을 위해선 좋다. 자신이 잠재적 보균자일 경우 재채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남에게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 체류 중인 남궁민 이화여대 목동병원 의학전문학과 교수도 27일 올린 글에서 "소매가 타인에게 감염될 확률이 제일 적기 때문"이라며 소매에 기침할 것을 권유했다.

린 박사가 제안하는 또 하나의 팁은 “바닥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그는 “바이러스는 길거리나 버스의 바닥, 회사 바닥 등에 잔뜩 있다”며 “무심코 바닥에 가방을 놓거나 하는 행위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나이지리아 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방역 대책이 강화된 모습.[AFP=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나이지리아 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방역 대책이 강화된 모습.[AFP=연합뉴스]

③ 또 하나의 공포, 제노포비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7일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또 하나의 공포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그 정체를 ‘제노포비아(xenophobia)’라고 보도했다. 특정 민족이나 단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 또는 그로 인한 차별을 의미한다. 가디언은 “이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과 같은 특정 국가와 그 국민에 대한 차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영국의 기숙학교연합(the Boarding School’s Association)은 27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중국 학생에 대한 혐오(xenophobia)가 우려된다”며 각 소속 학교에 경고 안내문을 전달했다고 한다.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가 자칫 중국인 및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 소속 국민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지 않을까 해서다.
워싱턴포스트(WP)와 같은 정론지 역시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 대신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