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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옆사람 거리도 잰다…우한폐렴 환자 집요한 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입구에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국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입구에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렌터카 운전, 성형외과ㆍ식당 방문, 호텔 투숙, 편의점 이용…. 국내 세 번째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인 54세 남성이 증세가 나타난 22일부터 움직인 흔적들이다. 이 환자는 사흘에 걸쳐 서울 강남과 경기 고양 지역을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당국은 어떻게 구체적인 방문 장소와 시간까지 파악할 수 있을까.

우한 폐렴 같은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정부 역학조사관이 환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게 된다. 그와 접촉한 사람을 찾아내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역학조사는 일종의 경찰 수사와 비슷하다. 병의 원인을 끝까지 찾아서 어떻게 전염됐는지 알아내기 때문이다.

환자 본인에게 며칠간 방문한 장소를 물어보는 것은 기본이다. 그 외에 CC(폐쇄회로)TV 영상 분석과 카드 결제 내용 확인,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환자가 탑승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를 확인하면서 엘리베이터 면적, 마스크 착용 여부, 동승자와의 거리, 대화 여부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식이다. 또한 환자 이동 경로에 따라 그 주변 CCTV를 모두 확인하곤 한다. 초, 분 단위로 환자의 과거 동선을 훑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우한폐렴’세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우한폐렴’세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세 번째 환자가 대형 쇼핑몰인 고양시 스타필드에 들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여러 경로를 거친 역학조사로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환자 휴대전화 GPS와 카드 사용 내역 조회, 환자 본인 질문 등을 했는데 스타필드는 방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염병 환자의 동선 등은 원래 비공개였다. 하지만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 사태를 계기로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염병 위기경보 '주의' 이상 단계에선 환자의 이동 경로와 수단, 진료 의료기관 등을 국민에게 신속히 알려야 한다. 정부는 27일 기준으로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한 상태다. 우한 폐렴 세 번째 환자의 움직임도 이 법령에 근거해서 공개됐다. 다만 환자가 공개 내용 중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보건복지부 측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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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환자 움직임을 쫓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감염 경로를 파악할 때도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의 추가 감염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14번 환자는 두 차례 응급실을 벗어나면서 중간중간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이를 바탕으로 병원 화장실과 엑스레이 촬영실 등을 오간 115번 환자가 응급실 근처 복도에서 14번 환자의 비말(침방울)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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