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호네커 조만간 실각 가능성|개혁요구 압력에 밀려 고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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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베를린 AP·로이터·AFP=연합】 동독공산당 서기장겸 국가평의회의장 호네커가 개혁과 자유를 요구하는 내외압력에 밀려 점점 고립되고 있으며 조만간 실각할지 모른다고 동독 공산당 소식통, 서방정세분석가들 및 서독신문들이 12일 일제히 전했다.
서독 쾰른의 동구 및 국제문제연구소의 중견연구원 프레트 올덴부르크는 『호네커시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고 『동독공산당의 분열과 함께 지도층내에서 고립된 그가 크렘린의 지지마저 상실했다』고 그 이유를 지적했다.
수만명에 달하는 동독인들의 서방탈출과 전국적인 대규모 연쇄항의시위로 곤경에 직면한 호네커는 그의 위기 대처방식에 불만을 품은 당내세력으로부터도 배척을 당한 채 심각한 고립상태에 빠져 당지도자 및 국가원수직의 모두 또는 그중 하나인 당서기장에서 퇴진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말했다.
동독공산당 소식통들도 호네커의 강경노선에 대한 당내 고위간부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으며 이들은 호네커와의 사이에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 정세분석가들과 동독공산당의 일부 관계자들은 호네커의 거취에 관한 결정이 오는 11월말이나 12월초에 열릴 당 중앙위에서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으며 서독의 빌트지는 미확인 공산당 소식통을 인용, 호네커가 이 달 18일 경질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네커의 후임으로는 오래 전부터 그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돼온 정치국원 에곤 크렌츠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9일 드레스덴·라이프치히 등지의 격렬한 시민 시위를 진압하도록 투입된 보안군에게 자제하라고 명령한 것도 호네커가 아니라 크렌츠였다고 전해졌다.
서베를린 전 독일문제연구소의 동구권 전문가 귄터부흐는 동독 당내분열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제하고 『호네커가 국가평의회의장직은 유지하면서 당서기장직에서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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