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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F 절반 가까이 사들인 퇴직연금, 수익률 나아질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48)

퇴직연금 수익률 형편 없다면 TDF는 어떠신가요?
2020년에도 퇴직연금의 난제인 수익률의 획기적인 개선은 어렵다고 예상된다. 그 이유는 2019년에 원리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형상품 비율의 변화가 크지 않았고, 적립금의 대부분이 투자된 원리금 보장상품 금리도 전세계적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갈수록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적배당형상품으로 운용한다고 해도 수익률의 상승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자산운용 방법의 개선여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 더 근저에는 가입자들에게 자산운용에 대한 합리적인 정보 제공으로 태도 변화의 동기를 부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입자교육도 2020년에도 여전히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 과연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것이 제도 탓만 있을까? 사실 가입자의 책임도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일단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관심이 낮고 자산운용을 마냥 어려워해 딱히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가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자산운용 방법 내지 상품이 바로 TDF(Target Date Fund)다.

TDF는 은퇴시점 혹은 특정시점에 가입자가 기대하는 투자실적을 충족하기 위해 사전에 정해진 규칙을 따라 포트폴리오에 있는 주식과 채권, 현금 등의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재분배(Rebalancing)하는 펀드다. TDF의 운용방법은 미래 예상 퇴직시점을 설정하고 그 시기가 다가올수록 투자성향과 자산배분 구조를 공격적인 운용에서 보수적인 운용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다. 예컨대 2025년에 퇴직을 예상하는 가입자라면 퇴직시기가 근접할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 또는 유동성 자산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한다. 반면 2050년에 퇴직을 예상하는 가입자에게는 위험자산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해 펀드자산을 공격적으로 구성한다.

우리나라 TDF의 총 판매 규모는 2020년 1월 10일 현재 약 2조9700억원으로 3조에 육박하고 있다.〈표1〉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 자산운용이 약 1조 2300억원으로 약 42%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이점은 특수가 생긴다는 점을 감안해도 연말에 예상외로 상당한 수준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퇴직연금 DC(확정기여형)과 IRP(개인형퇴직연금)을 통한 세액공제 혜택을 누리고자 한 결과로 보인다.

〈표1〉 윤용사별 판매현황(단위 : 억원)

한편 TDF 약 2조9700억원 판매 실적 중 47%, 1조38백억원어치가 퇴직연금에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절반에 해당된다.

〈표2〉 상품 유형별 판매 현황(단위 억원)

위의 통계수치를 보면 퇴직연금에서 TDF를 활용한 자산운용이 향후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TDF는 가입자들이 자산운용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이런 이유로 TDF가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선택만 하면 자산배분을 ‘그라이드 패스(Glide Path)’라는 경로를 따라 알아서 해 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가입자들은 돈을 계속 넣는 것 이외에 별로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단 한가지 염두에 둘 것은 TDF는 1~3년 단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20~30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경우 생기는 문제점이다. 바로 비용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TDF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제휴 해외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어서 특히 비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므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패시브전략을 구사하는 TDF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TDF 패시브’ 전략이란 ETF와 인덱스펀드를 활용해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전략이다. 물론 여기에 온라인 창구에서 판매되는 TDF를 활용하면 더 바람직하다. 예컨대 아래의 〈표3〉과 같은 TDF의 예에서 온라인 상품의 보수가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3〉 TDF 보수의 예

두 번째, 선택하려는 TDF가 전 세계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에 대한 분산투자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도 점검해 보아야 한다. 한번 더 강조하자면 TDF는 향후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일천해 운용성과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언제든지 수익률은 하락할 수 있고, 높은 수수료·해외 국부유출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자산운용 시장이 성숙한 미국에서 성공한 TDF펀드가 국내에서도 성공하리라고 예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국과 비슷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DC·IRP 시장의 성장과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가 계속된다면 가입자의 운용스타일의 변화도 어느 정도 촉발되리라 본다. 따라서 올해 초부터 퇴직연금 가입자는 TDF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도 괜찮아 보인다. 그 이유는 이것이 현재로선 가입자의 수익률을 개선하는 데 가장 최선의 선택 중 하나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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