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퇴직연금 교육 강제한 한국, 왜 교육전문회사 하나 없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45)

퇴직연금 가입자들 대부분은 퇴직연금 서비스가 어떤 게 있는지 잘 모른다. 개인형퇴직연금(IRP)가입자는 퇴직연금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서비스를 따져 보겠지만 일반 기업 가입자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기업과 퇴직연금사업자(금융기관 및 근로복지공단)가 계약을 맺어 퇴직연금 제도가 성립되는데 일단 계약만 성사되면 기업들이 가입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챙기는데 거의 관심이 없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는 기업과 퇴직연금사업자(금융기관 및 근로복지공단)가 계약을 맺어 퇴직연금 제도가 성립되는데 일단 계약만 성사되면 기업들이 가입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챙기는데 거의 관심이 없다. [사진 pixabay]

이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서비스의 제공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업과 주로 금융회사들인 퇴직연금 사업자가 계약을 맺어 제도를 운영하는 구조다. 일단 계약만 성사되면 기업은 가입자를 위한 서비스를 챙기는데 거의 관심이 없다. 퇴직연금사업자는 계약 이후 별 다른 경쟁심리가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전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퇴직연금사업자가 운용관리업무와 자산관리업무를 겸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자가 운용관리·자산관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구조이다 보니 서비스별로 경쟁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의 자산관리 업무가 고객에게 다양한 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아니라 자산 보관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서비스 개발에 공을 들이지도 않는다.

외국의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제도 규제 완화에 발맞춰 퇴직연금 서비스 전부를 단일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체계에서 개별적으로 전문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로 이미 전환됐다.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보니 전문 서비스가 요구되는 영역에선 차별화가 가능하고, 이를 사업의 근간으로 삼아 발전하고 있다. 해외의 대표적인 서비스 전문화 사례는 아래의 [표1]과 같다.

보험연구원이 제시한 <표1>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자. 첫째, 기업의 연금재정진단과 관리와 재정방식에 대해 자문해 주는 제도설계 및 재정평가 영역은 주로 확정급여형(DB) 채택 기업에 필요한 것이다. 퇴직연금제도의 건전성을 위해 적립금과 연금지급과의 균형을 어떠한 방식으로 맞춰 나갈 것인가에 대한 서비스다.

둘째, 운용상품 제공 영역은 상품개발과 휴 등을 통해 다양하고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메트라이프는 확정금리를 보장하는 이율보증 계약상품을 제공하고, 일본 손보재팬은 적립형 상해 보험 등을 연계한 운용상품을 제공한다. 뱅가드나 피델리티 등은 적립기간 동안 수익보증 옵션을 부가하거나 퇴직 후 체계적인 연금 수입을 창출시킬 수 있는 운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투자상담 및 자문 영역의 경우 설문조사를 통해 가입자의 투자성향을 파악한 후 포트폴리오 추천 및 은퇴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자동화된 투자 자문·일임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넷째, 가입자 교육 영역의 경우 가입자별 맞춤교육을 제공한다. 교육 전 설문을 통해 고객성향을 파악한 후 교육 방법을 결정하고, 교육전문회사로부터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컨설팅도 받고 있다.

예컨대 도쿄해상니치도화재나 메이지생명 등은 교육서비스 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DCJ)를 설립해 기업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가입자 교육을 위해 교육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또 일본 손보재팬DC는 가입자교육전문부서(HARP:Aging and Retirement Planner)를 설치해 가입자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교육을 법적으로 강제화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인데 가장 교육이 지지부진한 나라도 우리나라라는 점은 크게 반성하여야 하고 개선되어야 한다. [사진 pxhere]

퇴직연금 가입자교육을 법적으로 강제화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인데 가장 교육이 지지부진한 나라도 우리나라라는 점은 크게 반성하여야 하고 개선되어야 한다. [사진 pxhere]

<표1>의 퇴직연금서비스 전문화 영역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은 가입자교육 영역이다. 가입자와 퇴직연금 서비스 제공자가 만나는 접점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을 법적으로 강제화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인데, 교육이 가장 지지부진한 나라도 우리나라라는 점은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입자 교육에 대해 제로 베이스에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제도 도입 초기 가입자의 금융 이해를 높일 필요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육 의무가 있는 사용자가 사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게 한 것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에는 교육전문기관 설립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교육전문기관 설립 요건에 대해선 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교육전문기관을 편입시키기 보다는 퇴직연금 제도 이해력과 자산운용에 대한 전문력, 무엇보다도 운용 경험이 풍부한 기관을 참여시키는 방안 추진해야 한다.

교육전문기관 설립과 더불어 퇴직연금 적립금을 일정 수준 이상 운용하는 사업자가 가입자 교육을 하게 될 경우 교육 전문 자회사 설립을 권고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그동안 퇴직연금제도는 수익률 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지만 모든 참여자의 노력으로 발전해 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제도 참여자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이해 조정이 쉽지 않아 제도 환경 변화에 신속히 부응할 수 있는 법 개정이 너무도 더디다. 법 개정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지길 기대를 희망해 본다.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