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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영광 꽃길 아닌 더 혹독한 길…희망의 씨 뿌리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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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에서 양성평등 업무를 담당하게 된 서지현 성남지청 부부장 검사. [뉴스1]

법무부에서 양성평등 업무를 담당하게 된 서지현 성남지청 부부장 검사.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원포인트 인사로 법무부에서 양성평등 업무를 담당하게 된 서지현(47·사법연수원 33기) 성남지청 부부장 검사가 "다시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희망의 씨 하나 더 뿌리기 위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두렵고 무거운 발걸음을 다시 떼보려 한다"는 각오를 전했다.

서 검사는 2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분의 축하 마음 감사합니다"라며 법무부 인사 발표 후 소식을 전했다.

최근까지 질병 휴직 상태였던 그는 "아직도 바뀌지 않은 검찰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검찰이 되기를,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용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며 업무 복귀를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법무부 배치가) 영광의 꽃길이 아닌 또 다른 고통의 길, 고난의 길임을, 예전보다 더욱더 혹독할 길임을 너무나 잘 안다"며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몸과 마음으로 사실 많이 두렵다"고 고백했다.

서 검사는 자신의 법무부 발탁을 두고 일각에서 '비정상적인 인사'라고 비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제가 무슨 엄청난 꽃길이라도 걷는 줄 알고 벌써 여러 소리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는데, 그들이 추구하는 출세와 성공을 제가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나 봅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해 국내 미투 운동을 촉발한 것과 관련해 "사표를 써놓고 한 일이었다. 너무나 끔찍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이 실은 먼지 한톨 만큼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을 보고 용기를 낸다는 지지자들의 응원 덕분에 끝내 사표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을 향한 응원과 지지를 믿고 법무부 업무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비록 착시에 불과한 제 복귀가 착시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인권·민생·법치를 위한 2020년 상반기 검사 인사'를 발표하며 서 검사를 법무부에 배치했다. 다만 보도자료에 적힌 759명의 검사 인사 명단에 서 검사 이름은 없었다. 추 장관이 별도로 서 검사만 원포인트로 발탁한 추가 인사였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별도의 설명자료에서 "서 검사는 법무부에 배치돼 법무·검찰 조직문화 개선 및 양성평등 관련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검사는 복직계를 제출하고 검찰에 복귀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서 검사는 이번 정식 인사 대상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곧 법무부 파견 등의 형태로 내부 인사 처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 검사는 지난 2018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2010년 10월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의 폭로는 국내 미투운동을 촉발시켰다.

서 검사는 이후에도 검찰 내부 성추행·성차별 실태를 폭로하고 경직된 검찰 조직문화를 비판하는 일련의 활동을 이어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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