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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옮기고 가위질까지 척척…‘인간형 로봇 손’ 국내서 개발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로봇으로 만든 손은 얼마나 정교할까. 일상 생활에서 도구 조작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 손’이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 첨단생산장비연구본부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도현민 박사 연구팀은 사람 손가락의 움직임과 구조를 모사해 같은 방식으로 물체를 조작할 수 있는 로봇 손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21일 기계연 첨단생산장비연구본부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도현민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손이 중앙일보 지면을 들고 있는 모습. 김성태 기자

21일 기계연 첨단생산장비연구본부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도현민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손이 중앙일보 지면을 들고 있는 모습. 김성태 기자

연구팀은 로봇 손의 손가락을 사람의 손과 비슷한 수준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했다. 특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구동부(로봇의 팔ㆍ손 등을 움직이게 하는 장치)를 손바닥 내부에 넣었는데, 이를 통해 기존 로봇 팔의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도 로봇 손을 쉽게 장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연구팀은 로봇 손이 물체와 접촉을 감지할 수 있는 촉각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힘 측정 센서를 개발하고 손가락 끝과 마디, 손바닥에 장착했다. 손가락 끝에 위치한 힘 센서는 지름 15㎜, 무게 5g 이하의 초소형 센서로, 로봇 손과 물체가 접촉할 때 손가락 끝에서 감지되는 힘의 크기와 방향을 측정할 수 있다. 이 센서가 바로 물건을 쥐는 힘을 조절하는 핵심이다.

로봇손이 달걀을 집어드는 모습. 김성태 기자

로봇손이 달걀을 집어드는 모습. 김성태 기자

4개의 손가락과 16개의 관절로 이뤄진 로봇 손은 크기도 일반 성인의 손과 유사하다. 자체의 무게는 1kg도 채 되지 않지만, 3kg 이상의 물체까지 들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로봇 손안에는 각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12개의 모터가 들어갔고, 각 손가락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이를 통해 달걀을 깨지 않고 옮기거나 직접 가위를 집어 물건을 자를 수 있게 됐다. 물을 따르거나, 종이 신문을 집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연구원들은 이를 ‘킴 핸드’라고 부른다. 한국기계연구원 ‘KIMM’의 약자와 손을 뜻하는 ‘hand’를 결합한 말이다. 지난해 4월 개발을 시작해 1년 반 만에 완성됐다.

로봇의 '머리'만큼 중요한 '손' 

로봇손이 멜로디언 건반을 누르는 모습(좌)과 물을 따르는 모습(우). 김성태 기자

로봇손이 멜로디언 건반을 누르는 모습(좌)과 물을 따르는 모습(우). 김성태 기자

로봇의 ‘손’은 그간 머리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과 함께 로봇 연구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던 부분 중 하나다. 지난해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주목할 과학 이슈 10가지’를 선정하며 ‘손재주가 뛰어난 로봇(Robot dexterity)’을 첫째로 꼽기도 했다. AI를 활용하면 로봇이 사물을 직접 만지면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 사람의 손동작을 흉내 낼 수 있는지가 로봇의 성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외국에서 공개됐던 큐브를 조립하거나 나무의자를 조립하는 로봇의 경우, 대부분 손이 아닌 로봇의 팔에 구동부가 들어가 있는 구조다. 새도 로봇(Shadow Robot)이 제작한 로봇팔 ‘댁스터러스 핸드(Dexterous Hand)’는 매직큐브를 원하는 면이 보이도록 움직이는 등 손바닥 위에 놓인 물체를 자유롭게 움직여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구동부가 팔 안에 들어가 있고 크기도 커서 다른 로봇 팔과의 호환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도현민 책임연구원은 “인간형 로봇 손은 사람 손의 섬세한 움직임을 모방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 등 다양한 물체를 다루기 위해 개발했다”며 “또 로봇 손의 ‘파지’ 작업 알고리즘과 로봇의 조작 지능을 연구하기 위한 플랫폼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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