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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에 세상 떠난 슈베르트, 그의 집에서 슈만이 찾은 것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9)

인생을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작곡가 슈베르트는 31살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의 음악은 지금도 전 세계의 극장에서 연주되고 있다. 슈베르트는 특히나 성악곡 분야에서 유명한 작곡가이며 ‘가곡의 왕’이라는 칭호를 받는 작곡가이다. 지금도 그의 가곡들은 그가 붙인 피아노 반주와 함께 세계의 음악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슈베르트는 오케스트라 음악에서도 여러 걸작들을 남겼다. 특히나 그에게 55분여에 달하는 대규모 교향곡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음악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이었으며 ‘그레이트’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교향곡을 발견하여 세상에 알린 인물은 바로 독일의 낭만파 작곡가 슈만이었다.

'가곡의 왕'이라는 칭호를 받는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 [사진 Wikimedia Commons]

'가곡의 왕'이라는 칭호를 받는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 [사진 Wikimedia Commons]

작곡가 슈베르트는 31살이라는 짧은 인생을 살았다. 노래를 좋아하고 작곡을 좋아하던 청년은 세상의 큰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던 악상을 열심히 종이에 적곤 했다. 그리고 어느 늦가을 밤에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났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작곡가 슈만이 슈베르트의 형 페르디난트를 방문했다. 슈만은 슈베르트의 예술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던 당대의 음악가였다. 슈베르트를 만날 수 없었던 슈만은 그의 형이라도 만나서 관심과 사랑을 전하고자 했다.

슈베르트의 형 페르디난트도 슈만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때 페르디난트는 슈만에게 동생이 남긴 유작 악보들을 보여주었는데, 그 악보들을 본 슈만은 몹시 기뻐했다. 자신이 몰랐던 슈베르트의 작품들을 악보로 만나게 되니 무척이나 기뻤다.

이날 슈만이 본 악보 중에는 커다란 규모의 교향곡이 하나 있었다. 그 곡은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연주되지 않은 곡이어서 마치 슈만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졌다.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 슈만은 슈베르트의 예술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던 당대의 음악가였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 슈만은 슈베르트의 예술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던 당대의 음악가였다. [사진 Wikimedia Commons]

그때 슈만이 발견했다는 교향곡이 바로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9번 C장조 ‘그레이트’ D944이다. 이날 슈만은 이 교향곡의 악보를 읽어 내려가면서 상당히 감탄했던 듯하다. 후일에도 슈만은 이 교향곡의 내용에 대해 많은 감탄사를 남겼으며 자신의 교향곡에서도 이 교향곡에서 받은 영향을 보여주었다. 그 후 슈만은 페르디난트의 허락을 받아 이 곡의 악보를 가져와 이 곡이 초연하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9번 C장조 ‘그레이트’ D944는 이렇게 해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슈베르트의 예술을 사랑한 슈만의 마음이 이 교향곡을 세상에 나타나게 한 것이다. 이 교향곡은 ‘그레이트’라는 별명답게 커다란 몸집을 지니고 있다. 악보의 반복지시를 모두 따르면 55분여에 달하는 긴 시간을 지니게 되며 관현악 차원에서도 커다란 스케일을 자랑한다.

작곡가 슈만은 자신이 운영하던 출판물 ‘음악신시보’를 통해 여러 음악가를 추천하고 격려한 인물이었다. 그는 쇼팽과 브람스 같은 작곡가들을 세상에 소개하고 격려했지만, 슈베르트의 작품을 발굴한 일화에서는 세상을 떠난 예술가를 추모하고 기념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슈베르트가 별다른 유명세를 갖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슈베르트의 작품들은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적셔주고 많은 이들을 감탄하게 한다. 슈베르트의 예술과 슈만의 사랑에 대해 존경심이 가는 하루다.

음악평론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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