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덕적" 혹평 받은 오페라, 작곡가 세상 뜨자 대반전

중앙일보

입력 2020.0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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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 3월 3일 비제의 역작 ‘카르멘’이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오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지만 1875년 당시의 상황은 지금과 아주 달랐다. 무엇보다 초연 후 3개월이 지나 벌어진 작곡가의 죽음은 되돌릴 수 없는 세계문화의 손실이었다.

작곡가 비제는 ‘카르멘’이 초연되고 3월이 지나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사인은 지병과 과로, 스트레스 등 종합적인 결과로 여겨진다. 비제의 죽음은 프랑스 음악계에 너무도 큰 손실이었다. 비제는 18살이 되던 1856년에 로마대상 작곡 콩쿠르에 입상했고 다음 해에는 결국 로마대상을 받아 로마로 유학을 가기도 했다. 비제는 자타가 인정하는 프랑스 음악계의 기대주였던 것이다. 로마 유학을 마친 비제는 파리로 돌아와서 주로 오페라 창작에 몰두했다.

조르주 비제. 프랑스의 작곡가로서 베르디, 바그너와 함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낭만주의 3대 국민 가극 작곡가의 한 사람이다. [사진 위키백과]

조르주 비제. 프랑스의 작곡가로서 베르디, 바그너와 함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낭만주의 3대 국민 가극 작곡가의 한 사람이다. [사진 위키백과]

비제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성공하길 강하게 원했다. 그가 오페라 작곡가로 이름을 알린 첫 작품은 1863년에 발표한 ‘진주 조개잡이’였다. 이 작품은 서정성과 극적인 흐름이 뛰어난 역작이었지만 기대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 후에도 비제는 여러 오페라를 발표했는데 그 작품들도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비제는 하필이면 당대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들인 바그너와 베르디의 시대에 살았다. 이 때문에 두 거장의 아류라고 평가절하되는 상황이 빈번했다고 한다. 비제는 이 때문에 화가 나서 폭음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1875년이 되었다. 그해는 작곡가의 나이가 36살이 되는 해였고, 야심 찬 작품 ‘카르멘’이 세상에 발표되는 해였다. 이 작품에 많은 노력을 들였고 새로운 소재로 참신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 작품 역시 만족스러운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비제는 세상을 떠났다.

36살이 되는 해, 야심차게 준비한 '카르멘'을 세상에 발표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내용이 비도덕적이라고 비난을 받았고, 마지막 4막이 끝나기도 전에 관객들이 극장을 떠나기도 했다. [중앙포토]

36살이 되는 해, 야심차게 준비한 '카르멘'을 세상에 발표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내용이 비도덕적이라고 비난을 받았고, 마지막 4막이 끝나기도 전에 관객들이 극장을 떠나기도 했다. [중앙포토]

오페라 ‘카르멘’은 내용이 비도덕적이라고 해서 비난을 받았다. 한 평론가는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담배공장 여공들에 대해서 ‘지옥에서 쏟아져 나온 여자들이여, 저주를 받아라!’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살인으로 막을 내리는 치정 드라마인 것도 이 작품이 좋게 평가받는 데 방해가 되었다. 마지막 4막이 끝났을 때는 이미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상황이 바뀌었다. 초연이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오스트리아의 빈 오페라 극장에서 ‘카르멘’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빈 공연의 결과는 놀라웠다. 오페라 ‘카르멘’이 빈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둔 것이다.

빈에서의 성공 이후 ‘카르멘’의 인기는 세계로 번져나갔다. 러시아, 미국, 영국 등 세계의 오페라 극장들에서 ‘카르멘’이 상연되었다. 청중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고 ‘카르멘’의 명성은 높아만 갔다. ‘카르멘’을 본 니체의 평가는 특히나 유명한데 니체는 비제를 ‘지중해의 바그너’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현재 ‘카르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의 반열에 올라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제가 세상을 떠나고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성공 이후 '카르멘'의 인기는 세계로 번져나갔다. 현재 '카르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의 반열에 올라있다. [중앙포토]

비제가 세상을 떠나고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성공 이후 '카르멘'의 인기는 세계로 번져나갔다. 현재 '카르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의 반열에 올라있다. [중앙포토]

작곡가는 ‘카르멘’의 작곡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 오페라가 세계의 찬사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작품을 완성하고 비제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나는 정말로 색채감과 멜로디로 넘치는, 명쾌함과 생기로 가득 찬 작품을 완성했다!”

오페라 ‘카르멘’은 초연 때 극장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선입견 때문에 청중들에게 외면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비제가 세상을 떠난 후에 세계의 오페라 극장들은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여 최고의 작품으로 맞이하고 있다. 명작이 시대를 초월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생전에 비제는 자신의 의지와 철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나아가 감동의 세계를 달성하세! 태양과 사랑의 삶을 살게나! 그것이 우리를 고매한 철학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일세!”

음악평론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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