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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억 피해 낸 은명초 화재…교사 담뱃불 원인 추정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6월 있었던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 화재의 용의자가 이 학교 교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화 원인은 A씨의 담뱃불로 지목됐다. 초등학교는 건물을 포함한 대지 전체(해당 시설 경계 내)가 금연구역이다.

지난해 6월 2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불타는 모습. [연합뉴스=독자 제공]

지난해 6월 2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불타는 모습. [연합뉴스=독자 제공]

20일 서울 서부경찰서는 은명초 교사 A씨를 지난달 25일 중실화(重失火)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밝혔다. 중실화 혐의는 말 그대로 중대한 과실로 불을 낸 혐의로 단순 실화 혐의보다 그 책임이 무겁다. 경찰은 화재 직후 합동 감식을 통해 담배꽁초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뒤 수사를 이어왔다. 담배를 끄지 않고 버려 불이 날 경우 완전한 실수만으로 보긴 어렵기 때문에 중실화죄가 적용될 수 있다. 중실화죄는 최고 3년 이하의 금고에 처하거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

별관 태우고 학생 100여명 대피

경찰과 교육 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A씨는 지난해 6월 26일 오후 3시 59분쯤 은명초 별관 옆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실수로 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당시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시작된 불길은 인접한 주차장의 차량 19대를 태웠고, 주차장 천장을 통해 별관 건물 5층까지 타올랐다.

지난해 6월 화재 진압 후 찍은 은명초등학교 별관 외벽. [연합뉴스]

지난해 6월 화재 진압 후 찍은 은명초등학교 별관 외벽. [연합뉴스]

당시 별관 건물에는 방과 후 수업을 받던 학생 116명과 교사 11명이 남아 있었다. 다행히 신속한 대피 지시로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대피를 돕던 교사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 이송됐다. 이 밖에 본관에 있던 학생들과 교사 등을 포함해 이날 화재로 총 158명이 긴급 대피했다. 불은 44분 만인 4시43분쯤 완전히 꺼졌지만 별관은 모두 탄 후였다.

경찰과 소방당국ㆍ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이 합동 감식을 벌인 결과 불이 시작된 쓰레기 집하장은 전기가 들어오거나 화기를 사용하던 장소가 아닌 곳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선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운동장 교실’ 내몰린 학생들, 피해 금액은 27억원

화재로 인해 학사 일정도 차질을 빚었다. 화재 엿새만인 7월1일 은명초는 화재 수습과 학생 안전을 고려해 조기 방학에 들어갔다. 그 사이 학교 운동장엔 컨테이너로 가설 교실 2개동(교실 20개)을 설치했고, 여름방학이 끝난 후 학생들은 이곳에서 2학기 수업을 들었다. 별관이 전소해 교실이 부족해진 탓이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전면 보수 작업에 들어간 별관은 오는 5월 말 재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26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 설치된 가설교사로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8월 26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 설치된 가설교사로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연합뉴스]

화재로 인한 피해 금액도 많다. 별관 전소와 자동차 화재 등으로 인한 피해 금액은 27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기소되면 최대 파면…A씨는 혐의 전면 부인

경찰이 A씨를 화재의 중대한 실화자로 보고 검찰에 넘긴 만큼, 법조계에선 A씨가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중실화죄는 개인의 부주의로 사회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공공위험죄이자 화력이 가지는 위험성이 특수한 탓에 다른 과실죄보다도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일 검찰이 A씨를 기소한다면 사법 처분과 별도로 A씨는교육 당국의 중징계도 피하기 어렵다. 서울교육청의 ‘법률위반공무원 처리 기준’에 따르면 교육공무원이 실화 혐의(기타)로 검찰로부터 기소될 경우 1개월 이내에 중징계 의결로 처리해야 한다. 중징계는 파면ㆍ해임ㆍ정직ㆍ강등 등이다. 파면과 해임은 교단에서 퇴출하는 징계다. 만일 약식기소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경징계 대상이다. 경징계는 견책ㆍ감봉ㆍ불문 경고 등이다.

다만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흡연자는 맞지만 불이 쉽게 붙는 연초가 아닌 전자담배를 펴왔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도 당일 교내 흡연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지난해 2학기에 수업을 맡긴 데 이어 “오는 새 학기에도A씨의 수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며 “수업 배제나 징계 등은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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