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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치료 개선 위해…119 상담 강화, 응급실 안내 직원 둔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보라매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 구급대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보라매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 구급대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 중소 도시에 사는 직장인 A씨(45)는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허리가 아파졌다. 극심한 통증을 느낀 A씨는 집에서 10분 거리인 B병원 응급실(지역응급의료센터)을 찾았다. 허리 통증을 확인하기 위한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에서 복부 대동맥박리가 확인됐다. 평소 앓던 고지혈증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B병원은 A씨에 응급 수술을 하기 어려웠다. 결국 인근 지역ㆍ권역응급의료센터에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 문의를 했다. 하지만 의료 인력 부족, 중환자실 부족 등의 이유로 역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A씨는 2시간여가 지나서야 중앙응급의료센터 조정을 거쳐 수도권 소재 C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다.

이는 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이다. 중증도나 긴급 여부와 상관없이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고, 질병에 따라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치료 시기도 놓칠 수 있다. 연간 응급실 이용자는 2016년 1075만명, 2018년 1061만명 등 1000만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A씨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 중증도에 맞는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곧바로 이송키로 했다.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받고 최종적인 치료도 맡도록 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올해 첫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향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환자, 지역 중심의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 pixabay]

정부는 환자, 지역 중심의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 pixabay]

정부가 내세운 개선 방향은 ‘환자’와 ‘지역’ 중심이다. 지난해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사망을 계기로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가 구성ㆍ운영됐고, 여기서 응급의료 관련 11개 개선 과제가 마련됐다. ▶현장 이송 단계 ▶병원 단계(응급실ㆍ전문 진료) ▶응급의료기반 등 3가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박재찬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2018년 발표한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뼈대로 해서 추가하거나 보완할 과제들을 정비했다고 보면 된다. 윤한덕 센터장이 강조했던 환자 중심의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병원 이송 전 단계에선 119 신고 시 상담 기능을 강화한다. 환자가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119 상황실 내 전문 상담인력을 확충하는 등 전문성을 키운다. 하루 평균 상황실 근무 의사 수는 2018년 12명에서 2022년 17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박재찬 과장은 "119 상담이 응급의료체계의 첫 단추인데 인식도가 낮고 활성화도 덜 된 편이다. 이 문제가 결국 경증 환자 병원 쏠림과도 연결되는 만큼 119 상담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응급 환자를 지역 내에서 책임지고 치료하는 체계가 강화될 예정이다. [사진 pxhere]

응급 환자를 지역 내에서 책임지고 치료하는 체계가 강화될 예정이다. [사진 pxhere]

응급 환자가 병원으로 옮겨진 뒤엔 ‘책임 치료’도 확대된다. 시간이 생명인 중증 환자가 지역이나 권역을 넘어가면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걸 고려한 변화다. 정부는 권역ㆍ지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 환자를 주도적으로 맡아서 진료하고, 경증ㆍ비응급 환자는 집 근처 지역응급의료기관을 방문토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가는 경증ㆍ비응급 환자에겐 응급의료관리료를 줄여주는 식의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 중이다. 외상ㆍ심뇌혈관ㆍ정신질환ㆍ소아 등 전문응급질환 치료 인프라도 확충한다.

응급실 내에는 환자가 진료 상황 등을 편하게 안내받을 수 있는 상담 전담 인력, 각종 범죄·사고 등을 예방하고 관리할 보안 인력 등이 배치된다. 시군구별 1개 이상 응급실 운영 등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중증 응급환자가 적정 시간 내에 최종 치료기관에 도착하는 비율을 2018년 52.3%에서 2022년 6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박 과장은 "개선방향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실행 내용을 구체화할 논의 기구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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