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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유희석 원장 뻑하면 욕…이게 사람 사는 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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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국종

이국종

아주대병원 이국종(51·사진) 경기 남부 권역외상센터장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한 달여 해군 함정 승선 훈련을 떠난 사이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과거 이 교수에게 욕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한 방송사가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유 원장은 이 교수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등의 막말을 했다. 파문이 커지자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유 원장에 대해 “의료원의 평판을 송두리째 추락시킨 유 의료원장의 행동은 의료원 입장에서도 묵과해선 안 되는 행동”이라며 “이(국종) 교수와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즉시 의료원장 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유 원장은 “녹취는 4~5년 전 얘기로 당시 근태 열심히 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진료하라고 야단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센터장 그만둘 생각있나 묻자 #“어차피 이렇게 못 끌고 간다” #아주대 의과대 교수회도 성명 #“유 원장 사과하고 즉시 물러나라”

이런 가운데 15일 귀국한 이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간 곪아온 병원 수뇌부와의 문제를 털어놨다. 외상센터와 닥터헬기를 둘러싼 오랜 갈등, 유 의료원장의 욕설 논란, 향후 거취 등에 대해 격앙된 말투로, 때론 침묵으로 얘기했다. 그는 유 원장에 대해 “만만한 애들한테 욕지거리하기로 유명하다. 저한테 뻑하면 욕을 해댔다. 복지부 직원들 앞에서도 욕을 했다”며 “목숨 걸고 상당히 위험한 일도 하고 있는데, 계속 죄인처럼 범죄자 다루듯이 하면 안 되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 적자가 아닌데. 대외적으로 계속 적자라고 (주장한다). 나라에서 강제로 떠맡겨서 적자를 보고 (하는 것처럼). 적자 원흉이 여기서 일하는 의료진이라면 (외상센터) 안 하면 될 거 아니냐”고 했다.

센터장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는 질문엔 “생각이 많다. 어차피 이렇게 못 끌고 간다. 이게 사람 사는 겁니까. 이게”라고 했다.

한편 아주대 의대 교수회장인 이은소 교수(피부과)는 16일 중앙일보와 만나 “사임보다 사과가 우선”이라며 유 원장이 후속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추가 행동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부적으로 확인했는데, ‘이(국종) 교수만 욕먹은 게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분이 있었다”면서 “저희는 사과를 받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유 원장의 임기는 2월 말까지다. 앞서 의대 교수회는 성명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막을 의무가 있는 의료원의 최고 경영자가 가해 당사자라는 사실에 대해 깊은 우려와 자괴감을 느낀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교수회 성명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도 “이 교수가 내세운 주장들의 사실 여부 등 몇 가지 데이터를 정리해 다음 주쯤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황수연·최모란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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